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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팅 스터디 (2) DTR (Development Time Ratio)

작성자
발행일
2021/0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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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스터디
로스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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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롱홀드 S7으로 샘플 로스팅하는 케이브
로스팅 스터디의 두 번째 주제는 DTR(Development Time Ratio)입니다. 이 주제를 다뤘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여러 분들이 주셔서 다루게 되었는데요. 제가 지금까지 들어본 DTR에 대한 이야기는 아래 4줄로 정리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1. DT(Development Time)은 1차 크랙 발생 시점부터 원두가 로스터기에서 배출되기까지의 시간을 말한다.
2. 1차 크랙 이후는 각종 물리/화학 반응이 격렬하게 일어나기 때문에 로스팅 전 과정 중에서 중요도가 크다.
3. DT의 절대적인 양 (예 : 1분 30초~ 2분)을 관리할 수도 있고,
4. DT가 전체 로스팅 중에 차지하는 비율인 DTR를 관리할 수도 있다. 스콧 라오의 경우 20~25%를 추천.
저는 이 내용을 일반론으로 이해합니다. 스콧 라오가 20~25%의 DTR 범위를 추천한 것도 로스팅 방법론을 마련하기 어려워하는 로스터들을 위한 조언으로 이해하였습니다. 그리고 이것은 추정컨대 지금처럼 로스팅 중에 온도 변화양상을 알 수 없었던 시기의 방법론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커피 로스팅과 스테이크 굽는 것의 차이점 중 하나는 우리가 그 과정을 볼 수 없다는 것입니다. 만약에 우리가 커피 한 알 한 알의 색깔 변화와 내부 온도를 측정할 수 있었다면, DTR을 굳이 따질 필요가 있었을까요. 스테이크 굽듯이 온도계 꼽고 각각의 온도 변화를 확인하면서 타지 않게 잘 섞어주면 아마도 괜찮은 결과물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싶은데요.
지난 번 글에서 이야기했듯이, 커피 로스팅은 생두의 온도를 올리는 일입니다. 다시 말하면 그 모든 변수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생두의 온도라는 이야기죠. 로스팅 시간과 화력과 같은 것들은 온도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입니다. 요즘 시대의 로스터들은 로스팅 챔버 안의 온도가 어떻게 변화하는지 완벽하지는 않아도 실시간에 가깝게 알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DTR이 몇 퍼센트인지 계산하는 것이 저에게는 원시인들이 철기를 쓰다가 다시 석기로 돌아가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그렇다고 DT나 DTR을 사용하는 것에 아무런 의미가 없느냐하면 그렇지는 않습니다. 철기 시대의 원시인들도 가끔 급할 때 돌멩이를 사용했을 것입니다. 크롭스터와 같이 온도 변화를 알려주는 앱을 사용하고 있지 않다면, 어떤 식으로든 로스팅 기준을 마련해야 하겠죠. 어느 시점에 원두를 배출해야 하느냐에 대한 근거가 필요하니까요. 모든 생두와 모든 배전도에 동일하게 작용하긴 어렵겠지만, 매번 똑같이 볶으려는 생두가 있다면 DTR은 배출시점을 결정하는 데 있어 꽤 유용한 도구일지도 모릅니다.
한 예로, 제가 예전에 케이브가 샘플 로스팅한 적이 있는 생두를 다시 한 번 로스팅하려고 한 적이 있었는데요. 그때 케이브의 샘플로스팅 로그에 적혀져 있는 DT 정보를 활용해서 제법 비슷하게 로스팅할 수 있었습니다. 케이브가 1차 크랙 후 1분이 지난 후에 배출했다면, 저도 그렇게 했던 것입니다. DT를 1분으로 했을 때 유기물 손실률이 3.5%였다는 정보가 있는 것과 없는 것은 저에게 꽤 큰 차이였을 것 같습니다. 오롯이 로스팅 중인 원두 색깔만 보고 판단했어야 했을테니까요. 저처럼 로스팅 경험이 부족한 사람에겐 실수하기 딱이었겠죠.
요약하면, 생두의 물성 변화가 없다는 전제 하에 동일 생두에 투입온도, 화력, 배기 조건을 동일하게 적용한다면, DT 혹은 DTR을 이용하여 특정 유기물 손실률을 얻기 위해서 언제 원두를 배출해야 하는지 대략 알 수 있을 것도 같습니다. 그리고 만약에 그 모든 조건이 같은데도 DTR이 달라졌다면, 그것은 생두 물성에 어떤 변화가 일어났다는 힌트일지도 모릅니다.
2020년 2월의 저에게 DTR은 이 정도의 개념인 것 같습니다. 제가 로스팅에 대해 더 잘 알게 되고, DTR과 플레이버 프로파일의 상관관계를 증명하는 데이터를 더 많이 갖게 된다면 어쩌면 이 생각이 변할지도 모르죠. 여러분 생각은 어떠신가요? 토론을 환영합니다.

Q&A

(쿄쿄)
안녕하세요 데릭!
DTR은 저에게 시간 개념 (1차 크랙을 중심으로) 로스팅에 접근하는 것으로 이해되는데요.
보다 정확하게 원두 온도와 온도의 변화를 측정하는게 가능해지면서
DTR이라는 개념이 왜 덜 활용되어도 되는지? (석기 시대와 구석기의 비유) 를 잘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ㅠㅠ
이를테면 20~25%의 DTR 가이드라인이 있다고 하면,
그건 로스터가 똑같이 250도 정도의 온도를 피크로 지속적으로 온도를 내리는 결정을 할때
얼마만큼 천천히 내릴지 혹은 빠르게 온도를 내릴지 결정하게 하는 가이드가 될 수도 있지 않나요?
“RoR이 상승하지 않게 한다” 는 가이드보다는 먼가 조금 더 구체적인 가이드인 것도 같아서요!
(데릭)
쿄쿄, 좋은 질문입니다!
생두를 두 가지로 나누어서 생각하면 좋을 것 같아요.
1. 처음 로스팅하는 생두일 경우
2. 예전에 로스팅해 본 생두일 경우 (=기존 로스팅 데이터 보유)
1번의 경우가 쿄쿄가 얘기하신 것처럼 20-25%와 같은 '일반론'적인 DTR 범위가 효용을 가질 수 있는 케이스인 것 같습니다. 원하는 플레이버 프로파일을 얻기 위해 언제 배출해야 하는지 모르는 상태니까요. 다만 저는 그와 같은 특정한 DTR 범위를 과연 모든 생두와 배전도 그리고 서로 다른 방식의 로스터기에 적용할 수 있는지에 대한 근거를 갖고 있지 못하여서 1번의 경우는 아예 다루지 않으려고 했습니다. 그 점을 위 글에서 명확히 이야기하지 못한 것 같아요. 만약 20-25%의 DTR 값이 어떤 경우에든지 적용 가능한 수치라면, 쿄쿄 말대로 어떤 속도로 RoR을 느리게 할지에 대한 가이드가 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 실효성이 검증되었는가라는 질문은 여전히 제 마음에 남아 있습니다.
그렇다면 처음으로 로스팅하는 생두의 경우 DTR 없이 어떻게 배출시점을 결정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할 수 있는데요. 이미 갖고 있는 로스팅 프로파일을 활용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이번에 과테말라 워시드 커피를 유기물 손실률 4% 정도로 로스팅하려고 한다면, 그와 유사한 기존의 데이터를 찾아보는 거죠. 수분함량과 같은 생두의 물성도 체크되어야 합니다. 거기에 로스터들이 가진 로스터기의 공정조건과 결과물 관계에 대한 경험칙이 더해지면 좀 더 정교하게 모델링을 할 수 있을 거예요. 화력 5%의 차이 혹은 배출온도 1.2도의 차이가 유기물 손실률 몇 %의 차이를 내는지와 같은 것들입니다. 저에겐 이 방식이 모든 경우에 DTR 20-25%를 적용하는 것보다는 훨씬 선진화된 방식으로 느껴져서 철기와 석기의 비유를 사용했습니다. 아주 적절한 비유는 아니었던 것 같아요 ㅎㅎ
참고로, 로링은 1차 크랙소리가 잘 안 들린다고 해요. DTR을 체크하려면 로스팅 챔버 안에 마이크를 달아야 할지도 모릅니다.
2번의 경우가 제가 이 글에서 주로 이야기한 케이스인데요. 만약 크롭스터와 같이 온도 프로파일을 측정하고 디스플레이해주는 앱을 사용한다면 굳이 DTR을 사용할 필요가 없이 앱에 저장되어 있는 기존 온도 프로파일을 그대로 따라가도록 공정을 진행시키면 되겠죠. 블랙수트를 비롯하여 이미 프로파일이 안정적으로 세팅된 우리의 커피들이 로스팅되는 방식입니다. 만약에 우리 프로밧 샘플로스터와 같이 온도 프로파일을 볼 수 없는 시스템의 로스터기라면, DTR을 비롯한 기존 로스팅 데이터를 활용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다만 이때의 DT 혹은 DTR은 그 원두에만 적용되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것이 저의 생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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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수 Derek, 수석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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