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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모두 누군가를 대하는 일을 합니다

뉴스레터
#119. 『좋은 기분』 북토크 준비 과정 리뷰
컨트리뷰터
박은실 Momo
발행일
2024/02/07
Tags
프로젝트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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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독자님. 에디터 모모입니다.
요즘 어떻게 지내세요? 저는 지난달, 종각의 결 매장에서 열린 행사의 진행을 맡았어요. 아이스크림 브랜드 ‘녹기 전에’의 대표이자 책 『좋은 기분』의 저자이신 녹싸님을 모시고 이야기 나눴습니다. ‘접객’을 주제로 한, BB에서는 꽤 오랜만에 열린 북토크인데요. 최근 ‘시드라 데이’나 ‘버번즈 데이’ 같은 행사로 전문적인 커피 이야기를 많이 전한 데 비하면, 커피를 잘 모르시는 분들까지 만날 수 있는 흔치 않은 행사였습니다.
지난 1월 11일, 북토크 <우리는 모두 누군가를 대하는 일을 합니다>.북스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책 제목만큼이나 ‘좋은 기분’을 얻는 시간이었습니다. 오신 분들이 유쾌하고 열린 마음으로 참여해 주셔서 웃음이 끊이질 않았고, 준비하는 저희도 진심으로 즐거웠거든요. 참석자 다수가 고객을 대하는 일에 종사하셔서 그런지, 접객에 관해 고민하고 공감하시는 게 직접 느껴지더라고요.
북토크에 참석한 데릭에게 이번 북토크에서 어떤 게 가장 좋았냐고 물어봤습니다. “곳곳에서 반짝이는 우리 팀의 모습”이라는 답이 돌아왔어요. 음, 의외의 대답이었는데, 저도 돌이켜 보니 정말 팀과 함께한 과정이 가장 기억에 남더라고요. 우리에게 어떤 에너지가 있었던 것인지 잘 기록해 두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커피 브랜드에서 커피가 아닌 주제로 북토크를 여는 경우는 흔치 않을 듯합니다. 특히 여러 지점이 있는 저희 팀 같은 경우, 다양한 구성원들의 협업이 참 중요한데요. 이번 행사를 어떻게 모두가 즐거운 마음으로 치를 수 있었는지, 오늘은 독자님과 함께 준비 과정을 복기해 보겠습니다.

1. 협업 제안부터 확정까지

출판사에서 제안과 함께 보내 주신 『좋은 기분』의 원고를 그날로 다 읽었습니다. 출간 전이었는데, 의미 있는 책 한 권이 또 세상에 나온다는 사실이 고맙더라고요. 읽는 내내 팀이 떠올라서 여러 문장을 옮겨 적었어요. 어떤 마음가짐으로 일하고 손님을 대해야 하는지, 평소에 팀 안에서 공유되는 철학과 닮은 내용이 많아 신기하기도 했습니다.
출판사에서 제안해 주신 내용도 좋았습니다. 1. 접객과 환대라는 주제 2. 녹기 전에와 빈브라더스라는 두 브랜드를 비교하며 이야기 나눈다는 기획이 저희에게 꼭 맞는 듯했어요. 늘 환대를 고민하는 팀을 떠올려 보면, 행사를 위해 무언가를 꾸며내지 않아도 의미 있는 이야기를 전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자연스럽고 진정성 있는 행사를 만들 수 있을 것 같은 기대가 생겼습니다.
북스톤 출판사의 협업 제안 메일.북스톤
책을 다 읽고는 눈을 감고 이 행사가 어떤 매장과 가장 어울릴지 상상해 보았습니다. 종각에 있는 ‘결’이 떠올랐어요. 코로나 이전에는 결에서 다양한 북토크나 연주회가 열렸거든요. 종로라는 위치와 우드톤의 따뜻한 무드도 책이나 주제와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사내 메신저 갈무리.빈브라더스
결팀을 이끌고 있는 문혜진 바리스타(이하 진)을 바로 만났어요. 진은 “결의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는 기회네요!” 하며 흔쾌히 제안을 수락했습니다. “결은 코로나여러 브랜드와 자주 협업한 매장이잖아요. 최근 그런 행사를 다시 열고 싶은 마음이 컸어요. 내추럴 와인과 까눌레를 소개하고 있는 것처럼 커피와 가까운 친구들과 잘 어울리는 공간이어서 아이스크림과도 잘 맞을 것 같아요.”
룰루레몬과 함께한 요가 교실.빈브라더스
북토크를 결에서 진행하기로 한 날부터 가는 곳마다 팀원들이 기대감을 보였어요. 참여하고 싶다는 팀원들의 연락도 많이 받았습니다. 다들 매일 반복되는 루틴 업무만 해도 고단할 텐데, 선뜻 즐거운 일에 참여하는 모습에 저까지 벌써 기분이 좋아지더라고요.
결에서 좋은 기분을 나눠 주는 바리스타 진.박은실Momo

2. 준비 단계

매장과 바를 책임지겠다는 든든한 결팀을 등에 업고, 저는 내용을 잘 채우기 위해 녹싸님과 미팅을 가졌습니다. 이후에는 북토크의 전반적인 틀과 대본을 만들었어요. 토크 외에도 꼭 하고 싶었던 것이 하나 있었습니다. 녹기 전에의 아이스크림과 빈브라더스의 커피 잘 보여 주기. 말로만 접객과 브랜드를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두 브랜드가 만나고, 그렇게 체화된 브랜드를 경험으로 전달하고 싶었어요. ‘나란히 존재할 뿐인 병렬의 협업은 하지 말자’ 평소 팀에서 자주 하는 말처럼요.
결에서 미팅 중인 모모, 조이, 녹싸님.북스톤
행사의 주인공이 한 자리에.북스톤
커피 맛 아이스크림, 아이스크림 맛 커피… 여러 고민 끝에 ‘아포가토’라는 사랑스러운 메뉴를 떠올렸습니다. 두 브랜드가 가진 각자의 매력을 잘 보여 주면서도 한데 섞이며 어우러지는 것이 북토크와 꼭 닮은 메뉴였습니다. 녹싸님은 어떤 맛이 행사와 어울릴지 고민해 아이스크림을 만들어다 주셨어요. 결팀은 어떤 커피가 맛있게 어우러질지 원두를 정하고 함께 테이스팅했습니다.
의논 중인 바리스타 진과 녹싸님.박은실Momo
아포가토는 아이스크림에 커피를 붓는 거라고 단순히 생각했는데, 팀의 의견을 들으니 그렇지 않더라고요. 고려해야 할 디테일이 있었습니다.
1.
향미: 커피와 아이스크림이 잘 어우러지는 게 중요했어요. 아무리 맛있어도 너무 개성이 강한 커피나 아이스크림은 오히려 상대를 묻히게 하더라고요.
2.
레시피: 겨울밤, 행사 직전부터 맛보는 상황을 상상하며 너무 많지도 적지도 않은 양을 정했어요. 끝까지 맛있게 드실 수 있게 하려면 용량만큼 비율도 중요했는데요. 신메뉴를 개발 중인 바리스타 데이도 함께 테이스팅하며 뜨거운 커피가 아이스크림을 많이 녹이지 않을 섬세한 비율을 찾았습니다.
3.
제조: 당일에는 아포가토 50잔을 20분 내에 제조해야 했는데요. 어떻게 빠르고 정확하게 제조할지도 관건이었어요. 아이스크림을 컵에 담아 얼려두려고 했는데 그럼 뜨거운 커피를 부었을 때 컵에 손상이 갈 것 같더라고요. 아이스크림만 따로 밀폐용기에 소분해 얼리자는 바리스타 파라의 아이디어로 무사히 제조 방식도 결정했습니다.
왕년(?)의 아이스크림 알바 경력이 빛을 발한 바리스타 이든. 스쿱도 다양한 크기로 테스트.박은실Momo
비슷해 보이지만 다 다른 용량과 비율. 담는 방식도 중요합니다.박은실Momo
용량이 정해진 뒤, 마케터 조이와 저는 유리잔 50개를 공수하기로 했습니다. 일회용이 아닌 투명한 잔에 음료가 보이면 드실 때 더 기분이 좋을 것 같았어요. 커피 회사라 유리컵은 정말 많지만, 조건에 맞는 컵을 수소문하기란 쉽지 않았습니다. 매장에서 사용되는 컵도 있었고, 로스터리나 R&D팀에서 쓰시는 컵도 있었는데요. 곳곳의 배려로 유리컵과 스푼을 옮겨 올 수 있었어요.
오피스 이사하면서 나온 컵들 중에서도 심사 중.박은실Momo
합정에서 상수로 컵 들고 걷기. 가끔은 좀 미련한 모모와 조이…박은실Momo
이제 홍보를 해야겠죠. 조이는 녹싸님을 만나 아포가토 사진을 예쁘게 찍어주었고, 디자이너 데니는 디자인을 입혀 홍보물을 만들어 주었습니다. 이미 재미있는 저희의 기분이 전해졌는지, 행사는 공지한 날 바로 매진되었습니다. 잘 진행할 일만 남았네요.
아포가토_최종.박은실Momo

3. 행사 당일

당일이 되니 진행을 맡은 저는 정신이 없더라고요. 현장에서도 챙길 게 많은데,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팀이 각자의 자리에서 자기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었습니다. 조이가 아침부터 음향 장비를 퀵으로 받아 주었고, 독자분들을 위한 작은 선물도 바리스타팀과 함께 준비했습니다. 결은 매일 같은 시간에 오시는 고객이 많은 매장인데요. 저녁 영업이 없는 상태에서 고객이 헛걸음하시지 않게 미리 공지드리는 게 가장 중요했습니다. 오셨던 분들도 일찍 퇴점하실 수 있게 안내하고, 북토크에 일찍 오신 분들도 혼란스럽지 않도록 해야 했고요. 이 일은 결팀이 능숙하게 잘 해내고 있었습니다.
입구에 붙은 포스터.정아름Joy
선물과 아포가토 쿠폰 준비 중인 조이. 쿠폰 뒤에 녹싸님의 아이스크림 무료 이벤트 넣는 중.박은실Momo
북토크 시작 전, 낯선 얼굴들로 공간이 채워지는 동안 저는 마이크 테스트 중이었는데요. 바리스타팀을 보니 고객들을 맞이하며 준비한 아포가토를 척척 제공하는 모습에 아우라가 느껴지더라고요. ‘바(bar)는 바리스타의 무대’라는 말을 실감했습니다. 북토크를 진행하는 중에도 늦게 오시는 분이나 음료를 못 받으신 분들을 챙겨야 하는 상황이 있었던 것 같은데, 저 멀리 보이는 기운만으로도 친절하고 따뜻하게 잘 안내되고 있음이 느껴졌어요.
빈브라더스와 녹기 전에의 이야기를 나눈 시간.빈브라더스
행사 중에도 바를 지키는 바리스타 이든과 진.정아름Joy
아포가토_최종_진짜최종.박은실Momo
북토크를 마치고 10시가 다 된 시간, 설거지와 홀 청소까지 모두 마치고 문을 잠그는 진에게 물었습니다. 오늘 어땠는지요.
행사가 끝나고 난 후, 불 꺼진 결.박은실Momo
“팀원들 덕분에 짧은 시간 안에 모든 걸 수월하게 준비했네요. 당일에 함께 한 바리스타 이든 뿐아니라 모든 팀원이 준비 과정에 관심을 가졌거든요. 곳곳에서 자발적으로 도와주는 사람들을 보며 팀워크를 확인할 수 있었어요. 개인적으로는 영업시간을 단축하는 게 가장 걱정이었는데요. 바리스타팀이 안내를 꼼꼼하게 해주셔서 목표한 시간에 고객들이 다 퇴점하실 수 있었고, 행사도 잘 치렀네요.”
행사를 마치고 꽃까지 건네 준 바리스타팀. 좋은 기분으로 북토크를 만들어 낸 어벤져스 기념 사진.김혜연Bell
“이번 북토크를 결에서 진행한 만큼 고객에게 더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고 싶은 마음이 커요. 우리 안에서도 환대의 기준을 높일 수 있는 계기였고요. 아, 고객분들도 결을 더 주목하게 되신 것 같아요. 최근에 대관 문의도 몇 번 받았거든요. 매일 결을 찾아주시는 분들께도, 특별한 날 특별한 행사로 찾아오시는 분들께도 모두 만족스러운 매장이 되고 싶어요.”
행사를 잘 마치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간 결의 모습은 어떨까요? 며칠 뒤, 사내 메신저에는 의욕을 불태우는 진의 글이 올라왔습니다.
사내 메신저 갈무리.빈브라더스
진의 글에는 바리스타팀의 댓글이 이어졌습니다. 커피를 쏟은 고객을 도와 드리며 그분이 주문 전 고민하셨던 원두를 반 컵 정도 내려 가져다 드린 바리스타 데이, 오랜만에 오신 고객분과 반가운 수다를 나눈 이든, 중년 여성 고객들께 커피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 드리고 칭찬 받은 오웬, 커피가 나왔는데 화장실 가신 손님을 기다렸다가 새로 음료를 제조해 드린 이야기 등등.
함께 모여 나눈 ‘좋은 기분’은 매장에서 계속 이어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북토크에서도 나눈 이야기지만, 접객이란 손님과 대면하는 순간을 넘어서는 행위 같아요. 환대는 좋은 태도를 가진 개인에게서 시작되어 서로를 존중하는 팀에서 무르익고, 바를 넘어 일상에 퍼지는 것이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오늘 레터 어떻게 읽으셨어요? 오늘 레터 또한 독자님께 좋은 기분을 전해 드렸으면 좋겠습니다.
박은실 Momo, 뉴스레터 에디터
함께하기, 재미있게 하기, 의미 있게 하기. 세 가지 기준으로 움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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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준있는 팀워크의 아름다움! (Jerome)
아포가토가 땡기는 레터네요. 최종 컵도 딱이구요. (…) 빈브라더스는 살짝 기대하지만 늘 기대 이상을 하려고 애쓰시는 게 느껴집니다.(…) (Baegon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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