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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루 커피에 찾아 온 변화

뉴스레터
#118. 그린커피 바이어 로사의 다섯 가지 발견
컨트리뷰터
로사홍 Rosa
발행일
2024/01/24
Tags
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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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독자님, 모모입니다.
그동안 잘 지내셨나요? 상수의 새 오피스로 이사한 뒤 보내는 첫 레터네요. 새로운 오피스는 이제 막 짐 정리가 끝나 어수선하면서도 새바람이 부는 듯 기대로 가득합니다. 동시에 바리스타팀은 상수 매장 오픈 준비에 무척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지요. 조만간 쌓아 놓은 상수 이야기도 전해 드리고, 독자님도 초대하겠습니다.
오늘은 그린커피 바이어 로사와 함께 짧은 산지 여행을 다녀올까 해요. 지난가을, 로사가 COE 심사위원 자격으로 페루에 다녀왔거든요. 심사를 마치고는 페루 곳곳의 산지에 방문했대요. 한국에 돌아와서는 세션을 열어, 그간 보고 들은 것을 팀에게 공유해 주었습니다. 고산증과 기온 차로 고생도 많았다는데, 한국어와 영어를 열심히 섞어가며 나눠주는 로사에게 고맙더라고요. 바로 옆에 있는 동료가 맛있는 커피를 찾아 산을 넘고 물을 건넜다니. 페루 커피가 더 특별해지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꼭 독자님께 소개해야겠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페루 커피’ 하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세요? 사실 이 질문은 2년 전에 드렸던 질문입니다. 페루 커피의 변화를 감지했던 데릭이 65호 BB레터에서 페루 이야기를 전해드렸었는데요. 그간 페루는 커피 산지로서 어떤 변화를 겪었을지. 로사의 목소리로 따끈따끈한 페루 커피 근황을 여러분께 전해드릴게요.
합정에서 만난 로사. 커피 주문하고 기다리는 중.정아름Joy
로사, 반가워요. 독자분들께 페루 이야기를 나눠 달라고 부탁드렸는데 흔쾌히 시간 내 주셔서 고마워요.
모모 반가워요. 독자분들은 어떤 이야기를 기대하실지 고민되더라고요. 동료들에게는 일정별로 어떤 일이 있었는지 세세하게 나눴잖아요. 다시 사진도 보고, 메모도 꺼내 보면서 제가 느낀 것을 다섯 가지로 정리해 봤어요. 독자분들이 재밌게 읽어 주셨으면 좋겠네요. 참고로 페루는 힘들기도 했지만, 이민 가도 되겠다 싶을 정도로 아름다운 나라였답니다. 그럼, 이야기를 시작해 볼게요.
페루의 수도, 리마에서.로사홍Rosa

1. 페루 커피를 다시 본 순간

3년 전쯤, 로스터리에서 페루 COE 커피를 커핑하며 깜짝 놀란 적이 있어요. 이렇게 품질 좋고 맛있다니. ‘왜 페루 커피는 더 알려지지 않았지?’ 하며 페루 커피를 다시 보게 됐습니다. 그때부터 페루에 관해 산지 스터디를 시작했어요.
페루 커피는 주로 유기농 커피, 공정무역 커피처럼 ‘인증된 커피’의 이미지로 익숙하실 거예요. 표현만 보면 뛰어난 커피로 느껴지지만, 종종 비료 등의 특별한 관리 없이 생산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예전에 데릭이 쓴 레터에도 있듯, 페루 커피는 인증이 쉽고 대량 생산되는 커피가 많았기에, 미국이나 유럽은 물론 한국에서도 큰 관심을 받지 못했어요.
2021년 3월 작성된 로사의 페루 스터디 페이지 갈무리.로사홍Rosa
페루 커피는 어떻게 발전하고 있는지, 어떤 이미지로 소개되고 있는지를 살펴봤어요. 코로나 시기라 제약이 많았지만, 소규모로 커피를 재배하는 농장에서 샘플도 받아 보고요. 정말 좋은 커피들을 발견하면 조금씩 판매하며 소개하기도 했지만 아쉬움은 여전했어요. 좋은 커피들이 아직 발견되지 않은 게 느껴졌거든요. 3년 전 만난 것 같은 품질 좋은 페루 커피를 더 많이 찾고 싶다, 더 소개해서 같이 마시고 싶다. 그런 마음에 직접 산지로 발걸음을 옮기게 됐어요.

2. 왜 더 알려지지 않았을까?

페루에서 직접 여러 커피를 맛본 뒤, 페루 커피가 품질에 비해 덜 알려졌다는 생각이 더 강해졌어요. 가장 큰 이유는 정부 지원이 적기 때문인 것 같아요. 이럴 경우 작은 농장의 농장주 입장에서는 판매 채널이 적을 수밖에 없더라고요. 커피를 수확해서 근처 생두 딜러에게 파는 게 최선이에요. 딜러는 이곳저곳의 커피를 다 섞어서 유기농 커피나 커머셜 커피란 명목으로 저렴하게 팔고요. 생산자 입장에서는 아무리 정성껏 재배해도 생두를 헐값에 팔게 되고, 커피를 구매하는 로스터리나 고객은 농장이 어디인지 알 수 없게 되는 거죠.
페루 지도와 기록을 보며 설명 중.박은실Momo
페루에서 생두 수출입 업체나 농장주분들을 만나서 직접 여쭤봤어요. 실제 상황은 어떤지요. 하나같이 정부 지원이 없다는 데 아쉬움을 나타내셨어요. ‘콜롬비아처럼 지원해 주지 않아요’라고 하시면서요. 왜 콜롬비아랑 비교하는지 생각해 봤는데요. 최근에 데릭이 콜롬비아 나리뇨 지역의 초청을 받아 산지에 다녀왔잖아요. 콜롬비아는 정부 모금으로 생산자(판매자)와 로스터리(구매자)가 만날 수 있는 프로젝트를 만들어요. 작은 농장주들이 커피를 소개할 기회가 더 많이 열리죠. 정부 지원이 적으면 커피 페스티벌이나 엑스포 같은 행사도 많은 부분 민간에서 해결해야 하니까 아무래도 운영이 어려울 것 같아요.
페루 COE 후원사.Central Café & Cacao
실제로 페루 COE 홍보물을 봐도 다른 국가의 COE에 비해 민간 협찬사가 굉장히 많았어요. 정부 지원이 적으니 모금부터 행사 진행까지 모두 회사들이 모여서 하는 거죠. COE를 열려면, 일정 조율부터 스텝 섭외나 역할 배분 등 행정적인 일도 많잖아요. 한 생두 유통사가 그 이벤트 운영의 주축이더라고요. 그 회사의 대표가 페루 커피의 구심점인 것도 인상적이었어요. 소규모 농장을 돌며 교육도 하고, COE 행사 때는 개회사를 하거나 시상식 때 상을 수여하고요. 정부 역할의 차이가 커피 시장의 차이를 만든다는 걸 느꼈죠.

3. 페루 내추럴

COE 심사할 때 예상치 못한 커피가 많았어요. 특히 내추럴 커피가 그랬는데요. 페루는 좋은 워시드 프로세스 커피를 만들 수 있는 산지이거든요. 천연자원이 풍부하고 물이 넉넉하니까요. 날씨도 습해서 내추럴 커피는 잘 맞지 않을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내추럴 커피가 굉장히 늘었더라고요.
왜 굳이 내추럴 가공을 할까 궁금했는데, 수요가 많이 늘었다고 해요. 러시아나 중동에서 특히 내추럴 커피를 선호한대요. 이들이 페루 내추럴 커피의 가장 큰 구매층이 된 거죠. 농장에서는 농장주를 교육하거나 돕는 작은 협동조합에서 이 정보를 얻어 재빨리 내추럴 프로세스를 도입했고요.
페루 COE 심사 중인 로사.Alliance for Coffee Excellence
이런 현상을 보면, 생두를 구매하는 입장에서 ‘우리는 이런 걸 선호한다’라고 피드백하기가 조심스러워요. 그런 한마디가 모여서 한 농장, 넓게는 한 지역의 경영 방식이 바뀌기도 하잖아요. 그걸 모두 구매하지 않는 이상 무책임한 행동이 되고요. 그래서 농장과 소통할 때는 정말 의미 있고 유용한 의견만 모아서 전달하려고 노력해요.
와중에 페루의 내추럴 커피도 나름대로 발전하고 있는데요. ‘뉴워시드 프로세스’나 ‘더블 퍼멘테이션’ 등 여러 시도가 늘어나는 추세였어요. 워시드에 발효 과정이 짧게 더해진 게 많았고, 분명 워시드 같은데 내추럴 커피라고 할 때도 있었어요. 아마 수요와 가격 때문이겠죠. 특별한 발효가 조금만 더해져도 가격이 올라가니까요. 그것도 페루에서 이런 커피가 나왔다면 시장은 더 신기해하고요. 농장 입장에서는 안 할 이유가 없을 것 같아요. 덕분에 농장주분들도 계속 열심히 연구하고 무언가 발전하는 느낌은 들었어요.

4. 생두 회사 직원이자 농부

여정 중에 페루 커피 유통을 도와주시는 몇몇 생두 회사 직원분들을 만났는데요. 생두 회사 직원인 동시에 커피 농장을 운영하는 분이 두 분이나 있었어요. 커피 회사에서 일하면서 커피 농부라니, 신기하죠. 한 분은 생두 회사의 퀄리티 컨트롤 담당자예요. 농장주가 가져오는 커피가 수출 직전까지 같은 품질로 유지되도록 확인하는 역할이에요. 주말이 되면 농장서 커피 농사를 지으신대요. 다른 생산자들이 커피 품질을 향상시킬 수 있도록 지역 내에서 세미나도 열고요. 일도 잘하는데 직접 재배한 커피가 이번 COE에서 24등에 올랐다니, 양쪽 다 잘 해내고 있는 듯해요. 가족분들도 근처에서 모두 자기만의 작은 커피 농사를 지으신다는 것도 인상 깊었어요.
평일에는 퀄리티 체크 담당자.로사홍Rosa
주말에는 농장주.로사홍Rosa
콜롬비아에 갔을 때 비슷한 경우가 있긴 했죠. 많은 자본을 가진 분이 큰 농장을 소유하고 동시에 따로 생두 회사를 운영하는 사례요. 그런데 사장이 아닌 직원이 자기 농장을 작게 운영하는 건 페루에서 처음 봤어요. 생두 회사에서 일하면 트렌드를 빨리 알 수 있고, 그걸 자기 농장에 적용해 보는 과정이 윈-윈을 만들더라고요. 참 똑똑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렇게 할 수 있는 데에는 지역의 영향도 있는데요. 다음에 이어서 이야기해 볼게요.

5. 특별한 커피 도시 ‘한’

페루 북쪽에 ‘한(Jaen)’이라는 도시가 있어요. 페루의 생두 회사들은 거의 다 이곳에 모여 있어요. 이런 도시가 또 있을까요? 큰길로 나가면 생두 바잉 스테이션이 쫙 들어선 풍경이 펼쳐져요. 회사에서 한두 시간 거리에 농장이 있다고 상상해 봤는데요. 우리 팀도 분명 몇 명은 커피 농사를 짓지 않을까요?(웃음)
산지에 둘러싸인 커피 가공소.로사홍Rosa
한이라는 도시는 그런 점에서 특이해요. 콜롬비아를 예로 들어, 커피로 유명한 경기도가 있다고 해볼게요. 그럼 농장은 일산에, 바잉 스테이션은 파주에 있는 식이에요. 산지와 생두 회사가 모두 흩어져 있죠. 한 같은 경우에는 지도를 보면 중앙에 도시가 있고 산지가 도시를 둘러싸고 있어요. 커피를 수확하고 가공해서 모두 한에 가져오면 되니까 유통이 훨씬 수월하죠.
로사, 덕분에 페루가 조금은 더 가까워진 느낌이에요. 무엇보다 로사가 찾은 페루 커피들을 어서 맛보고 싶네요. 맛있는 커피를 찾아 산지를 누비는 로사의 다음 여정은 어디인가요?
다가오는 2월에 인도네시아 COE 심사가 있어요. 인도네시아 커피는 얼시하거나 눅눅하거나 말도 안 되게 비싸거나 하는 이미지가 있었는데요. 작년부터 ‘뭐지?’ 싶게 퀄리티가 높은 프로파일과 향을 가진 커피들이 발견돼요. 인도네시아 커피에 기대하는 고유한 향까지 은은하게 남는 그런 커피요. 작년에 많은 분이 자바 프린자를 사랑해 주신 것처럼요.
다음 커핑을 준비하는 로사.박은실Momo
로사 덕분에 인도네시아 커피에 대한 고정관념은 또 어떻게 바뀔지 기대되네요.
농장주분들의 노력과 발전도 느껴지는 곳이어서 더 찾아봐야겠다는 의지가 불타올라요. 그런 점에서 인도네시아 COE도 더 기대돼요. 심사할 때, 출품된 커피들을 쭉 맛보고 나면 그 나라의 커피 수준을 파악할 수 있거든요. 무엇보다 가까워서 좋네요.(웃음) 이번에도 좋은 커피와 좋은 이야기를 찾아서 돌아올게요!
로사홍 Rosa, 생두 소싱 코디네이터
맛있는 디저트, 깔깔 웃고 있는 가족들, 귀여운 반려견 보르도. 최고의 풍경 속에서 마시는 한 잔의 커피를 사랑합니다.
박은실 Momo, 뉴스레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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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동감을 느꼈어요!(익명)
잘 봤습니다. 페루 커피는 커피 매장들을 들르다 보면 한 번씩 만나고 했는데 관능적인 측면에서 약간 들쑥날쑥 하달까요...유기농, 공정무역 이런 표시는 많은데 커피 자체에 느낌이 크게 와닿지 않는 커피라는 선입견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번 소개글을 꼼꼼히 읽다 보니 그런 생각을 가지게 되었던 이유도 이해가 가고, 그러면서도 좀 더 좋은 커피를 찾아보려 애쓰는 로사님 같은 분이 계셔서 잘 알지 못했던 산지의 커피에 관해 조금 더 다가서게 된 것 같습니다.
이번 글에서 인상적으로 본 점은 페루의 커피시장이 잘할 수 있는 것 - 워시드 - 보다 잘 팔 수 있는 것 - 네츄럴- 을 선택했다는 점입니다. 커피 시장에서 생산자가 선택할 수 있는 방향을 고민하게 해 주는 부분인 것 같습니다.
즉, 내가 잘할 수 있는 환경에서 그걸로 시장을 개척하느냐?(워시드가 잘 이루어질 수 있는 환경이라 그걸로 시장을 개척할 수 있는 잠재성을 갖고 있는 것.)
내가 잘할 수 있는 것보다 시장이 요구하는 상품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느냐?(러시아, 중동 시장을 위해 내추럴을 확대하는 점.)
페루의 커피 상황을 보며 수요자가 잘할 수 있는 걸 꾸준히 밀어붙여 소비자가 찾아오는 '생산자' 가 되느냐, 소비 시장에 맞추어 우리의 판매전략을 빠르게 피드백 받고 반영하는 '생산자' 가 되느냐.
항상 커피와 관련된 업을 하는 분들의 입장에서는 고민하시게 될 법한 부분이 여기서도 보이는구나...라는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
어느 길을 선택하던 정답은 없겠지만, 소비자 입장에서 커피 시장을 볼 때 생산자들이 다양성을 만들어 가느냐, 시장의 요구에 따라가느냐, 혹은 그 둘 중 절충할 만한 요소가 있느냐 생각해 보고 있는 시기다 보니 이 글이 새롭게 와닿습니다.(김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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