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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보 커퍼를 위한 세 가지 조언

작성자
발행일
2021/01/02
Tags
커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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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트리뷰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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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내용은 제가 2020년 한 해 로스터리에서 초보 커퍼로 활동하며 배운 것들을 정리한 것입니다. 정답이라기보단 노하우 혹은 팁 정도로 생각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1. 커피에 대한 평가를 내리기 전에 농도 체크가 선행되어야 한다.

만약에 소량의 커피만 커핑한다면 아마 우리는 커피와 물을 정확히 계량하고 적정 분쇄도를 설정하여 커핑을 하고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로스터리에서는 한 번에 30-40종의 커피를 커핑해야 하는 경우가 꽤 많아서 현실적으로 모든 걸 정확히 하기가 어렵습니다. 그래서 로스터리에서는 같은 모델의 커핑볼을 사용하고, 평균적으로 적당하다고 생각하는 분쇄도를 설정하여 모든 커피에 일괄 적용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각 샘플의 농도를 사후체크하여, 커핑이 적절히 진행되었는지 판단합니다.
많은 커핑 프로토콜에서도 커핑을 시작하는 시점에 농도 측정용 샘플링을 미리 진행하라고 이야기합니다. 이게 당연한 이야기 같은데도, 현실에서는 상당히 번거로운 일이기 때문에 잘 안 하게 됩니다. 캐주얼한 커핑이라면 그냥 넘어갈 수도 있겠지만, 진지하게 커피를 평가하려는 커핑이라면 농도 체크는 필수일 것입니다.

2. 커핑은 가능한 한 오전에 진행한다.

우리 모두 아침에 마시는 커피 첫 모금의 강렬함을 잘 알고 있죠. 로스터리에서 커핑하면서 오전과 오후 커핑의 테이스팅 결과 차이에 놀란 적이 많습니다. 주로 1차 커핑을 오후에 하고, 2차 커핑을 다음날 오전에 하면서 많이 느끼게 된 것인데요. 생각했던 것보다 차이가 꽤 큰 것 같더라고요. 평가 난이도가 높은 테이스팅일수록 오전에 하는 게 좋다고 저는 생각하고 있습니다.

3. 꽃/과일 톤의 커피를 평가할 때는 견과/곡물 톤의 커피를 테이블에 함께 두고 평가한다.

몰트를 마시고 나서 벨벳화이트를 마실 때 향의 강도가 강하게 느껴지는 경험을 많이들 해보셨을 거예요. 벨벳화이트 하나만 평가하는데 굳이 몰트를 같이 마실 필요는 없을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만약에 여러분이 10종류의 에티오피아 워시드 커피를 평가한다고 하면 어떨까요? 생각보다 각 커피가 가진 향미의 세기를 비교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우리의 감각은 자극이 지속되면 그것에 무뎌지는 경우가 많죠. 반대의 경우도 있습니다. 어떤 자극이 고통으로 느껴질 경우 우리의 뇌는 다음 번에 같은 세기의 자극을 받아도 더 큰 반응을 일으킨다고 합니다.
그래서 각 에티오피아 워시드 커피를 공평하게 평가하고 싶다면, 우리의 감각이 원점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도구가 필요할 수 있습니다. 블랙수트나 몰트가 좋은 도구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싶고요. 예전에 제임스 호프만이 자신이 진행한 버추얼 커핑에서 비슷한 내용을 이야기한 적이 있습니다. 8종정도의 샘플을 참가자들에게 보냈는데 그 중의 하나가 로부스타였죠. 제임스 호프만은 이 커핑의 참가자들에게 어떤 커피를 그냥 마실 때와 로부스타 다음에 마실 때의 향미 차이가 어떤지 경험하게 해주고 싶었다고 합니다. 몰트를 다루는 우리에겐 꽤 공감이 가는 내용이 아니었을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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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수 Derek, 수석연구원
"벨벳화이트를 좋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