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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인들은 커피를 어떻게 마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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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21/0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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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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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커피 협회(NCA)에서는 1950년부터 매년 미국인들의 커피 소비 현황을 조사하고 있습니다. 1993년 들어서는 에스프레소 베이스 음료에 대한 분석도 시작했고요. 아마도 스타벅스가 미국내에서 본격적으로 성장하던 시기인 점과 관련이 있을 것 같아요.
2021년 1월에는 스페셜티 커피 협회(SCA)와의 협업 하에 스페셜티 커피 소비자들에 대한 자세한 분석도 같이 진행했습니다. 예전에는 Gourmet Coffee라고 표현하던 것을 Specialty Coffee라고 명명하기 시작했죠. 이번 블로그에선 이 리포트 내용 중에 제가 재밌게 읽은 것들을 여러분들께 소개 드리려고 해요. 왜, 다가올 트렌드에 대한 힌트를 얻고 싶으면 미국 시장을 보라는 이야기도 있잖아요.
먼저 누구를 대상으로 무엇을 어떻게 조사했는지 살펴볼게요. 통계조사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리포트를 읽고 그 결과를 해석할 때 꼭 염두에 두어야 하는 내용이죠. 조사자들은 "어제 커피 드셨어요? 무엇을 어떻게 드셨어요?"와 같은 질문들을 18세 이상의 미국인 1,528명에게 던졌습니다. 표본집단의 나이, 성별, 지역, 인종의 비율이 미국 인구를 최대한 대표할 수 있게 샘플링했다고 하고요.
자, 그럼 이제 리포트 내용을 같이 들여다 볼까요?

어제 커피 드셨나요?

이번 설문에 응답한 미국인들의 58%는 조사 전날 최소한 한 잔의 커피를 마셨다고 합니다. 그 중 스페셜티 커피를 마신 비율은 36%입니다. 아무리 미국이라 해도 이 비율이 생각보다 높게 느껴지지 않으신가요? 3명 중에 1명이 어제 스페셜티 커피를 마셨다는 사실이 저는 약간 의아하더라고요.
그래서 뜯어보니 이 조사에서 정의하는 '스페셜티 커피'는 스페셜티 커피 업계에서 생각하는 정의와는 다소 차이가 있다는 점을 알게 됐어요. 응답자가 '프리미엄'이라고 인식하는 커피를 스페셜티 커피라고 정의했기 때문이죠. 굉장히 주관적인 정의이지만, 조사의 편의성을 위해 어쩔 수 없었을 것 같단 생각은 들어요.
'스페셜티 커피'를 구체적으로 어떻게 정의했는지 보시면 더 이해하기가 쉽습니다. 어제 에스프레소 베이스 음료를 마셨거나 콜드브루를 마셨다면 스페셜티 커피를 마신 것에 해당하고, 여기에 응답자가 생각하는 '프리미엄' 원두를 드립커피로 내려 마신 것도 그 비율에 더해지죠. RTD와 같은 비교적 새로운 음료들도 스페셜티 커피로 반영이 됩니다.
여기까지 읽고 스타벅스를 떠올리신 분들이 계실 것 같아요. 네, 제 생각에도 조사 전날 스타벅스에서 커피를 마신 많은 분들이 저 36%에 포함되어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집에서 내린 드립 커피를 즐겨 마시는 미국인들이지만, 누가 뭐래도 미국은 스타벅스를 만들어낸 나라죠.

무슨 커피를 드셨나요?

어제 스페셜티 커피를 마셨다고 응답한 분들 중에 63%는 에스프레소 베이스 음료를 마셨다고 답했습니다. 카푸치노(15%)와 라떼(16%)가 선두에 있고요, 에스프레소(13%) 드시는 분들도 적지 않네요. 아메리카노(12%)가 에스프레소(13%)보다 약간이지만 적은 점이 눈에 띕니다. 아메리카노는 미국인이란 뜻의 이탈리아어인데, 미국 사람들은 그렇게 많이 마시지는 않는 모양이에요. 얼어 죽어도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드시는 분들이 많은 한국과는 대비되는 지점입니다.
잠깐 샛길로 새어보면, 한국만큼 아메리카노를 많이 마시는 나라가 또 어디 있을까요? 잘 아시는 것처럼 호주와 뉴질랜드, 말레이시아와 같은 곳은 밀크 베이스 음료를 많이 마시죠. 이번 조사 결과를 보니 에스프레소 베이스 음료에 한정하면 미국도 그런 편인 것 같고요. 한국만큼 아메리카노를 즐겨 마시는 나라가 또 있는지, 아니면 그것이 굉장히 '한국적인' 현상인지 문득 궁금해집니다.
에스프레소 베이스를 드시지 않은 분들은 스타벅스의 프라푸치노와 같이 재료와 얼음을 함께 갈아 만든 음료(17%)를 마시거나 콜드브루(16%)를 드셨네요. 물론 드립 커피를 비롯하여 다양한 브루잉 방식으로 스페셜티 커피를 내려 드신 분들(25%)도 많이 계세요.
예리하신 분들은 위에 있는 괄호 안에 숫자들을 다 더해보고 왜 100%가 넘는지 궁금하셨을텐데요. 응답자들이 한 잔만 드신 게 아니라서 그렇습니다. 조사에 응답하신 분들은 하루 평균 2.7잔을 드셨다고 하네요.

어떻게 제조된 커피를 드셨나요?

스페셜티 커피를 드신 분이든 전통적인 커피를 드신 분이든 드립 커피 메이커(42%)를 가장 많이 이용하셨습니다. (여기서 전통적인 커피는 스페셜티가 아닌 커피를 뜻합니다.) 개인적으로 미국의 문화를 잘 반영하는 결과라고 생각했어요. 저는 그동안 봐온 미국드라마에서 미국인들이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커피를 내려 마시는 모습을 떠올렸습니다. "Coffee?"하고 가족이나 하우스 메이트에게 권하는 모습도요.
그런데 이 결과를 조금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전통적인 커피를 드신 분들의 절반 정도(55%)가 드립 커피 메이커를 이용하신 반면, 스페셜티 커피만 드신 분들은 삼분의 일 정도(34%)였다는 게 눈에 띕니다. 스페셜티 커피의 경우 사용되고 있는 제조 방식이 더 다양해서 그런 걸로 짐작되는데요. 에스프레소 머신, 콜드브루, 프렌치 프레스 외에도 여러 추출 기구들이 있는데 주로 스페셜티 커피에 사용되고 있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또 하나 제가 흥미롭게 본 것은 캡슐 커피를 마셨다는 응답자의 비율(24%)이었습니다. 응답자 4명 중에 1명이 어제 캡슐 커피를 한 잔 마셨다는 이야기인데요. 캡슐 커피 머신은 전통적인 커피만 마시는 사람이든, 스페셜티 커피만 마시는 사람이든 간에 높은 비율로 나타난 제조 기구였습니다. 한국은 어느 정도 비율의 사람들이 매일 캡슐 커피를 마시고 있을지 궁금해졌어요. 여러분 생각에는 어느 정도일 것 같으세요?

언제 드셨나요?

응답자 중 무려 83%의 미국인들이 아침 식사를 하면서 커피를 마셨다고 답변했습니다. 그 다음으로 비율이 높았던 것은 오전에 커피를 마신 사람(33%)들이었어요. 한국에서 아침 식사를 하면서 커피를 마시는 사람의 비율은 어느 정도일까요? 예전에 제이스가 김밥과 블랙 커피가 잘 어울린다고 이야기해주셨던 기억이 나는데, 아직 시도는 못 해보았습니다. 쌀밥에 커피를 드셔보신 분들이 계시다면 어떠셨는지 궁금합니다.

어디서 드셨나요?

전통과 스페셜티가 또다시 갈라지는 지점입니다. 전통적인 커피만 드시는 분들의 93%가 집에서 드신 반면, 스페셜티 커피만 드시는 분들은 75% 정도가 집에서 마셨고, 32% 정도는 밖에서도 한 잔 마셨다고 응답했어요. 이것은 위에 언급한 커피 제조방식의 차이와도 연관이 있을 것입니다. 에스프레소 머신을 집에 갖고 있거나 스스로 콜드브루를 내려 마시는 사람들이 그렇게 많지는 않겠죠.

어느 나라의 커피가 매우 맛있다고 생각하시나요?

여러분은 어느 나라의 커피를 좋아하세요? 저는 에티오피아 커피를 좋아합니다. 커피 취향이라는 게 사람마다 차이가 있게 마련이고, 그래서 좋아하는 커피 산지도 저마다 다르겠죠. 개인의 취향이라 여기고 넘어갈 수도 있는 부분이지만, 미국인 1,528명에게 물어본다면 미국인들의 각 커피 산지에 대한 인식을 어느 정도 알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가장 많은 응답자들이 '매우 맛있는 커피'를 생산한다고 답변한 나라는 콜롬비아(63%)였습니다. 그 다음은 하와이 코나(53%)입니다. 브라질(45%), 코스타리카(43%), 멕시코(38%)가 그 뒤를 잇고 있네요. 네, 미국과 가깝거나 미국령인 커피산지들입니다. 이 지역들의 품질 좋은 커피가 다른 산지에 비해 상대적으로 시장에 많이 들어와 있으니, 소비자들이 더 좋게 느낄 가능성이 높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스페셜티 커피 업계에서 높은 커피 퀄리티로 명성이 높은 에티오피아(34%)와 케냐(33%)는 콜롬비아(63%)의 절반이 조금 넘는 응답을 받았습니다. 르완다, 부룬디, 콩고 민주공화국, 탄자니아 같은 나라들은 아예 질문지에 없었던 건지 모르겠지만 리스트에는 보이지가 않네요.
인도네시아 수마트라(36%)의 비율이 눈에 띕니다. 에티오피아(34%)나 과테말라(34%)보다도 응답 비율이 높아서 인상적이었어요. 인도네시아는 기본적으로 커피 생산량이 세계 4위일 정도로 대표적인 커피 산지죠. 수마트라 섬 커피 특유의 플레이버에 대해 호불호는 갈릴지언정, 애호가들은 확실히 존재하는 게 아닌가 생각됩니다. 스타벅스에서 싱글오리진 커피로 열심히 프로모션을 해준 영향도 있을 것 같고요.
제가 이 리포트에서 가져온 내용은 여기까지입니다. 미국 커피 소비자들에 대한 리포트를 읽으며 계속 머리 속을 맴돌았던 질문은 역시 '한국은 어떨까?'였어요.
저처럼 커피 회사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나름대로 한국의 커피 소비자들에 대한 이미지를 갖고 있겠지만, 표본을 잘 설정한 통계조사에서 실제로 어떤 결과가 나타날지 궁금합니다.
카페에서 아메리카노 마시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지는 굳이 조사를 해보지 않아도 알 수 있을 것 같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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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수 Derek, 수석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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