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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터로 일해보면 어떨까?

뉴스레터
#019. BB 로스터 인터뷰 Part.2
컨트리뷰터
정혜진 Linda
김선민 Kev
이준명 Patrick
발행일
2021/08/11
Tags
인터뷰
커리어
1 more property
다른 사람들 일 이야기 듣는 거 좋아하시나요? 저는 지인들 일 이야기를 들으면서 제가 그 일을 한다면 어떨까 상상해보곤 해요. 많은 경우 다시 선택하더라도 제가 지금 하는 일을 할 것 같아요. 그러고나면 제자리로 돌아와서 하던 일을 이어서 하더라도 느낌이 달라서 좋더라고요. 오늘 제가 새로 선택한 느낌이 들어요.
어른이 되고 보니 좋은 것 중 하나는 화려해보이는 직업의 비하인드 씬을 웬만큼 알게 돼서 환상이 많이 줄었다는 것입니다. 여간해서는 다른 사람들도 나만큼이나 안쓰럽지 잘 부럽지는 않아요. 그런데 여전히 베일에 싸인 듯한 로스팅 일에 대해 BB 김선민 로스터 (이하 케이브)는 이렇게 말합니다.
"스페셜티 커피 로스터에 대한 막연한 환상 같은 게 있는 것 같아요. 그런데 저희도 일하는 거죠. 화려한 스토리는 없어요. 반복되는 루틴이 있고, 기쁜 순간도 있지만 머리 싸매고 고민하는 일이 더 많고요. 바에 있는 바리스타나, 사무실에서 이메일로 소리 없이 전쟁하는 팀원이나 다 마찬가지 아닐까요?"
오늘은 지난 레터에 이어 로스터 인터뷰 2편입니다. 로스터 커리어에 관심있는 동료들이 궁금해하는 이야기를 정혜진 바리스타(이하 린다)가 대신 물었습니다. 어서 들어오세요!
주간 커핑중. 왼쪽부터 김선민 로스터 Kev, 정혜진 바리스타 Linda

BB 로스터 이야기

인터뷰어 | 정혜진 바리스타(린다)
인터뷰이 | 김선민 로스터(케이브), 이준명 로스터(패트릭)
Part.1 : 로스터, 어떻게 지내나요?
커피 마시는 사람, 케이브 & 패트릭
로스팅 일의 시작
일하면서 기억나는 순간
지난 레터를 못 보셨다면, 읽어보기
Part.2 : 로스터로 일해보면 어떨까?
로스터 커리어는 어떤 길일까?
5년 전, 지금, 그리고 5년 후
Q&A :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부록] 두 로스터가 도움 받은 콘텐츠

로스터 커리어는 어떤 길일까?

새로운 로스터가 될 사람을 찾는다면 두 분은 어떤 분을 찾으실 것 같은가요.

케이브 : 기본적으로 체력 좋은 분. 부족하다면 좋게 만들려고 노력하고 그걸 꾸준히 관리할 수 있는 분. 그리고 사실 가장 중요한 건, 성실한 분이요.
사실 제가 생각했을 때 가장 중요한 건 반복되는 일상에서 되게 성실해야 한다는 거예요. 왜냐하면 커피 회사에서 커피 생산을 안 하면 큰일이잖아요. 그래서 로스터는 무조건 출근을 해야 해요. 패트릭이 못 나오면 저는 무조건 출근을 해야 하고, 반대도 마찬가지죠. 저희 둘이 코로나 걸리면 진짜 큰일 나는 거죠.
그리고 사람에 따라 커피에 대한 접근 방식이 다른 것 같은데요. 경험에서 나오는 장인의 크래프트맨십과 노하우로 접근할 수도 있잖아요. BB 팀에서라면 데이터베이스 기반으로 접근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분이어야 개선해가는 노력의 방향이 맞을 것 같아요.
새로 도착한 에티오피아 뉴크롭 생두 체크업중, 로스터리 팀.
패트릭 : 가장 중요한 건 애티튜드 — 정말 커피를 좋아하는지, 그리고 내가 로스터로서의 전문성을 가져가고 싶은지라고 생각해요. 그런 마인드가 있다면 체력이 모자라면 본인이 기를 거고, 단계별로 목표를 만들어가면서 어떻게 전문가로 성장해갈 수 있을지 끊임없이 고민할 거예요. 그게 아니라면 어떤 일이라도 어렵게 느껴지지 않을까요?
그리고 필수는 아니지만 영어로 된 정보에 접근할 수 있으면 도움이 될 때가 있어요. 접근할 수 있는 정보가 훨씬 많아지니까요. 점점 번역기가 좋아져서 크게 문제되지 않긴 하지만요. 스페셜티 커피는 신생 분야고 아직 연구되면서 새로운 결론이 도출되고 있잖아요. 미국에서 스페셜티 커피가 먼저 시작되어서 최신 연구결과나 정보도 영어로 먼저 나오는 게 많더라구요.

로스터 커리어를 고민하고 있는 분이 미리 준비하면 좋은 게 있다면?

케이브 : 로스팅은 경험하면서 배우면 돼요. 그런데 맛보는 능력과 자기만의 커피 평가 기준은 있으면 좋을 것 같아요. 기준을 만든다는 게 시간이 오래 걸리는 일이기도 하고요. 수많은 커피를 의도적으로 생각하면서 마셔봐야 되는 거고, 그걸 여러 해 거듭하면서 참고할 수 있는 기준이 만들어져가는 것 같거든요.
그러면 ‘이 에티오피아는 좋은 에티오피아구나. 최상의 품질은 어떤 거구나. 이건 진짜 나쁜 커피다. 이건 로스팅이 좀 잘못된 것 같다.’ 이런 걸 판단할 수 있어요. 그런데 기준이 없으면 로스팅을 아무리 많이 해도, 결과를 판단할 수 없으니 의미있는 경험이 쌓이기 어렵지 않나 생각해요.
커핑, 커핑, 커핑.
린다 : 일단 판단을 할 수 있어야 기준을 서로 보정도 할 수 있는 거고요?
케이브 : 네. 제일 좋은 방법은 최대한 많은 커피를 마셔보는 거예요. 커핑에 많이 참가하거나, 다른 로스터리 커피를 마셔보는 거예요. 커핑은 보통 로스팅하는 곳에서 하니까 자연스럽게 로스터도 만날 수 있고, 그러면 더 접하는 정보의 폭도 넓어질 거고요.
린다 : 그럼 로스터리가 없는 카페에서 일하고 있다면, 그런 환경을 찾아가면 도움이 되겠네요. 요즘에는 퍼블릭 커핑 세션이 많더라고요. CoE(Cup of Excellence) 커피도 마셔볼 기회를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고요. 저도 정기 커핑 참석하고 일년 반이 넘어가면서 어느 날 조금 알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물론 아직도 어렵지만요.
케이브 : 맞아요. 몇 사이클을 경험하고 나서 보이는 것들이 있는 것 같아요.
투입온도에 따른 향미 차이 테스트.
그리고 이건 저도 되게 최근에 깨달은 건데요. 보통 로스팅 하면 ‘커피’ 자체에 집중을 많이 하게 되잖아요. 그런데 이 관심 영역을 시장으로 넓혀야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왜냐면 커피를 볶는 건 결국 제품을 만드는 거잖아요.
예를 들어볼게요. 이걸로 머리 싸맸던 게 작년에 '몰트 Malt' 블렌드 개발할 때였어요. 지금은 BB의 세 번째 시그니처 블렌드로 자리잡은 제품이에요. 시작이 지난 8-9월이었으니 이제 딱 1년 됐네요. 도매팀 요청으로 시작된 프로젝트였는데요. 베이커리나 레스토랑처럼 커피가 메인이 아닌 사업자 파트너 분들이 원하는 커피, 산미 볼륨을 가장 작게 줄인 부드러운 커피가 필요했어요.
오늘 막 로스팅된 원두.
오늘 각지로 배송될 커피들, 스탠바이.
'구수달달한 보리차 느낌'이라는 향이나 맛 뿐 아니라, BB 제품 라인업에서 몰트의 위치, 시장에 있는 비슷한 제품과의 차별화 포인트, 주로 이 커피가 놓일 맥락(이를테면, 어떤 상황에서 이 커피를 드시게 되는지, 이걸 드시는 고객들은 어떤 취향과 라이프스타일을 가진 분들인지), 우리는 어떤 키워드로 매력을 어필할 건지 같은 부분까지 생각해보는 게 저에게는 처음이었어요.
저도 이걸 뒤늦게 깨닫고 스터디하고 있는데요. 그 노력을 미리 좀 기울여 둔 상태라면 제품을 개발하는 로스터로서 발전하는 속도가 훨씬 더 빠를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5년 전, 지금, 그리고 5년 후

5년 전이랑 지금, 뭐가 많이 달라졌나요?

패트릭 : 좋은 커피들을 굉장히 쉽게 접할 수 있게 되었어요. 개인이 오픈하는 카페에서도  ‘은퇴하고 나면 카페 하나 해야지’보다 훨씬 더 전문성을 가지고 접근하는 곳이 많아진 것 같아요. 우리 팀에서도 전문성을 갖춰가는 노력이 쌓이니까 깊어지는 게 느껴져요.
린다 : 카페에서 일하면서도 변화가 느껴져요. 원두 카드 정보도 깊어졌고 커피 맛도 더 좋아졌어요.
패트릭 : 그런 부분은 생두에서의 변화가 커요. 좋은 생두를 찾아낼 수 있는 능력치가 높아져가는 것 같아요. 커핑하는 생두의 숫자도 훨씬 많아졌고 거래하는 파트너도 다양해졌고요.
로스터리의 유리벽 중 하나. 매월 런칭중인 시즈널 커피 라인업이 보인다. 사진. 정애라
린다 : 케이브는요? 제가 5년 전 수습기간 과제로 케이브 인터뷰했던 기억이 나요. 케이브는 그때도 로스터셨잖아요. 지금이랑 어떤 게 가장 다르게 느껴지세요?
케이브 : 전체적으로 다른 게 엄청 많네요. 그때도 나름대로 과학적으로 해보려고 노력을 많이 했는데요. 지금 측정하는 데이터 중에 그땐 안 하던 것들이 많거든요. 로스터기도 외부의 영향을 많이 받는 구조여서 똑같이 작업해도 결과물이 많이 왔다갔다 했죠. 생두 창고도 지금보다는 많이 아쉬웠고요.
린다 : 그땐 합정 카페에 로스팅 룸이 있었잖아요. 공간을 이용하는 사람 시선에서는 되게 좋아 보였어요. 로스터리 특유의 분위기도 있고요. 저는 그때가 참 좋았는데, 로스터 입장에서는 열악한 환경이었네요.
린다 : 로스터로서 5년 전과 마인드의 변화가 있다면?
케이브 : 조금씩 시야가 넓어져가는 것 같아요. 커피의 물성 자체에서 제품으로서 바라보고, 전체적인 산업을 보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예전에는 커피와 로스팅에만 집중하기에도 바빴어요. 지금도 많이 부족하지만 예전보다 마음에 여유가 많이 생긴 것 같아요.
린다 : 바리스타 팀에 전달되는 정보가 예전에 비해 훨씬 디테일해져서 바리스타끼리 혹은 고객과 이야기 나눌 수 있는 주제가 풍성해졌어요.
주간 품질 체크(QC) 세션, 김선민 로스터(Kev)와 이준명 로스터(Patrick).

앞으로 5년 후는 어떻게 달라질까요?

케이브 : '이런 생두로, 이런 특징의 완성품을 만들고 싶으면, 로스팅 방법은 이렇게'에 대한 방정식이 구체화되어있을 것 같아요. 감으로 말고 데이터로요. 지금은 열심히 기록하고 쌓는 단계거든요. 커피를 로스팅할 때마다 생두 속성(원산지, 품종, 프로세스, 고도, 수분, 밀도 등), 로스팅 데이터(온도, 시간, 화력, 컬러, 유기물 손실률 등), 관능평가 결과(느껴지는 향, 산미와 단맛, 쓴맛과 촉감 등)를 기록하고 있어요.
지금 쌓여있는 최근 몇 년치 정보로도, 매달 처음 소개하는 싱글오리진 커피 로스팅 계획을 세울 때 도움이 많이 되거든요. 예를 들면, 8월에 소개하는 커피 중에 콜롬비아 커피가 있는데요. 품종은 카투론, 가공법은 허니 프로세스예요. 그러면 지금까지 소개했던 커피 중에 원산지, 품종, 가공법으로 필터를 걸어서 같은 품종, 같은 가공법의 커피들을 어떻게 로스팅했고 결과가 어땠는지 기록을 쭉 훑어봐요.
그러면 이 생두는 처음이고, 첫 로스팅이어도 실패할 확률이 굉장히 낮아지죠. 이건 쌓인 데이터가 많을수록 파워풀해지는 거니까 기록의 힘을 믿고 귀찮아도 열심히 쌓아가고 있는 거예요.
이준명 로스터 Patrick, 프로덕트 로스팅.
로스팅하는 동안 주시하는 화면. 로스팅 머신 내부 온도가 실시간 그래프로 그려진다.
패트릭 : 개인적으로 지난 일년 반 동안 로스터로서의 경험치가 많이 늘었다고 생각하거든요. 매월 싱글오리진 3가지씩을 디테일하게 연구하고, 블렌드 구성 요소도 종종 변경되니까요. 계속해서 노력한다면, 굉장히 자부심을 가지고 일할 수 있는 로스터가 되어있을 것 같아요. 뾰족하게 한 가지를 잘 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가고 싶어요.
린다 : 데이터들을 더 많이 쌓아가면서 좀 더 영향력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으신 거죠?
패트릭 : 그건 제 개인으로 할 수 있는 건 아니고 팀이 다같이 성장하다 보면 다방면에서 탁월한 로스터리가 되어가지 않을까 생각해요. 다루는 양이 지금보다 훨씬 늘어나도 균일성이 잘 유지되고, 제품이 고객 문 앞까지 전달되는 과정에서도 큰 이슈나 오류가 없어서, 한 잔의 커피가 제공되기까지의 모든 과정이 매끄러울 수 있으려면 빼어난 실력을 가진 팀으로 성장해가야 하지 않을까.
단순히 나 하나 잘 한다고 이루어질 수 있는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팀으로 일하고 있으니까 충분히 가능하지 않을까요.
린다 : 패트릭의 이야기를 듣고 있으니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숱하게 반복되는 테이스팅 세션 중 하나. 왼쪽부터 생두 코디네이터 로사 Rosa, 정혜진 바리스타 Linda, 김선민 로스터 Kev, 김민수 연구원 Derek.

BB레터 독자와의 Q&A :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독자 분들이 보내주신 질문에 케이브와 패트릭이 답했습니다. 분량상 모든 분들의 질문에 답하지 못한 점 양해 부탁드려요. 다음 레터 주제를 정할 때 미처 답하지 못한 질문들을 녹여볼게요!
로스팅 학원에서 배우려면 너무 비싼데, 처음 시작하는 사람에게 조언을 해줄 수 있을까요? / 익명
케이브 : 인터뷰에서 얘기한 것처럼 맛보는 훈련과 제품에 대한 스터디를 먼저 해보면 도움이 될 것 같아요. 로스팅 관련 도서로 로스팅 이론을 습득하시는 것도 권장 드립니다. 맛보는 스킬과 로스팅 이론을 먼저 갖추고 있다면 실무를 배우실 때 훨씬 빠른 속도로 발전하실 수 있을 거예요.
빈브라더스 로스터 분들은 어떻게 로스팅을 시작하셨나요? / 익명
케이브 : 멘토였던 남원일 로스터James가 정말 큰 도움을 주셨어요. 이론적인 부분 외에도 실무적인 접근법, 문제가 생겼을 때 대처법 등 하나부터 열까지 다 가르쳐주셨죠. 어느 정도 경험이 쌓인 후에는 다양한 이론과 아이디어를 테스트 해보면서, 취하고 버리는 과정이 반복됩니다. 이론상으로는 이렇게 하는 게 좋을 것 같은데 실제로 해보면 아닌 경우도 있으니까요.
패트릭 : 저는 케이브가 알려준 업무를 인공지능처럼 실수 없이 해내는 데 집중했어요. 정확하게 생두 계량하기, 로스팅 양에 맞게 투입 온도 설정하기, 업무 동선 파악하기 같은 것들이요. 조금씩 익숙해진 후, 첫 로스팅 프로파일을 직접 잡기 위해 로스팅 머신 앞에 앉았을 때의 짜릿함이 기억납니다. 첫 결과물은 그리 좋지 않았지만요. ㅎㅎ
로스터로서의 영역은 어디까지라고 생각하시는지 궁금해요. 맛있는 커피를 만들기 위해서는 생두 선정, 로스팅, 추출 모두 중요할텐데 각 단계마다 전문가가 따로 있잖아요. 일을 하다보면 상충되는 것은 없나요? / 동긇
케이브 & 패트릭 : 물론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이 큰 문제라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제 생각에는 팀별로 역할에 최선을 다하다 보니 간혹 상충되는 부분이 생기는 것 같은데요.
생두 소싱 팀에서 당시 가장 적합한 생두를 구매했을 거라는 신뢰, 로스터는 여러 시도와 정보를 준비해서 가장 적합한 프로파일을 찾아 로스팅을 했을 거라는 신뢰, 바리스타는 원두별로 가장 적절한 추출 레시피를 연구해서 제조하고 있다는 신뢰가 핵심이 아닌가 생각해요.
서로의 방향성이 충분히 공유된다면 해결하지 못할 문제는 없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파트별로 실력이 좋아질수록 이러한 문제점은 더 줄어들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문제나 변수가 있어도 쉽게 대처가 가능하니까요.
케이브와 패트릭의 ‘최애’ 산지가 있다면. 이유도 궁금해요. / 준
케이브 : 에티오피아요. 품질은 뭐 말할 것도 없죠. 게다가 가성비가 매우 좋습니다. 에티오피아 커피와 유사한 품질과 향미를 다른 원산지에서 찾는다면 가격은 2~3배 더 비쌀 거예요. 에티오피아는 블렌드를 만들때 최애 재료기도 한데요. 단맛을 높이거나 향의 복합성을 주고 싶을 때 자주 사용합니다. MSG나 라면스프같은 역할을 하는 것 같아요. (패트릭도 이하동문)
새로운 생두를 로스팅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있나요? 로스팅 방향을 어떻게 계획하시나요? / 익명
케이브 : 첫 로스팅은 크게 두 번 하게 됩니다. 구매할지 결정하기 위해 소량만 로스팅하는 '샘플 로스팅'과, 제품으로 판매하기 위해 대량으로 생산하는 '프로덕트 로스팅'으로 나눠서 말씀드려볼게요.
1.
샘플 로스팅
처음으로 생두를 소량으로 로스팅하는 단계입니다. 생두를 살지 말지 결정하기 위해 품질을 평가하는 거예요. 그러니까 이 커피의 매력은 드러내야 하고, 생두가 가진 결점이 있다면 그것도 발견해야 합니다. 그래서 로스팅 실수 때문에 생두의 결점으로 오해할 만한 요소(쓴맛이나 촉감)가 생기지 않도록 주의해요. 생두가 견디지 못하는 과다한 화력을 안 주는 것이 포인트입니다.
2.
프로덕트 로스팅
이 단계에서는 중요한 것이 너무 많아서 가장 중요한 걸 뽑기 어렵네요. 제품의 컨셉에 맞게 로스팅되어야 하고 당연히 손상도 주면 안 되니까 실제 로스팅 전의 준비단계가 길어요. 먼저 4-5단계의 다른 배전도로 소량씩 샘플 로스팅을 해서 테이스팅 해봅니다. 그 중 이 커피의 매력을 가장 잘 살리는 배전도를 선별하고, 그 기준으로 테이스팅 노트를 정합니다. 여기에 기존에 로스팅했던 비슷한 생두의 로스팅 데이터를 참고하여 프로덕트 로스팅 계획을 세우고 있어요.
매일 로스팅한 원두들의 QC는 어떻게 이뤄지나요? / 준
케이브 : 한 로스팅 사이클마다(20분) 하는 가벼운 체크와, 매주 각 잡고 하는 품질체크가 있어요.
1.
가볍게 : 매번 로스팅할 때마다 데이터를 체크합니다. 데이터가 심하게 튀지 않는다면 기본적으로 기존에 설정해둔 프로파일을 따라가게 되어 있기 때문에 결과물도 크게 다르지 않아요. 데이터에 이상이 있다면 맛을 본 후 출고여부를 결정합니다.
2.
각 잡고 : 매주 두 번 하는 품질체크 시간이 있어요. 이번주에 생산한 모든 제품을 실제 고객이 마시는 것과 동일한 방식인 브루잉과 아메리카노로 제조해 맛을 봅니다. 각 제품 컨셉에 부합하는지, 부정적인 요소가 없는지 확인하는 거예요. 개선이 필요하다면 방법을 논의해 다음 제품 생산에 적용하고요.
두 분 다 바리스타 경험이 있잖아요. 로스터로 일하면서 바리스타였을 때 이런 점을 알았더라면 더 좋은 커피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되었을텐데 하는 점이 있나요? / 익명
패트릭 : 바리스타와 로스터의 전문성이 따로 있는 것 같아요. 바리스타로 일할 때 대회를 준비해본 적이 있는데요. 로스팅으로 조정되었으면 하는 부분을 케이브와 얘기하면서 개선해나간 적이 있어요. 바리스타로서의 전문성이 있으면 로스팅 원리를 정확하게 몰라도 필요한 부분에서는 소통하면서 배워나갈 수 있었어요. 그리고 전 그때는 솔직히 자세한 원리는 말해줘도 잘 모르겠더라고요. 로스터로 일하면서 '아, 이 얘기였구나' 하는 게 많아요.
하지만 바리스타 분들이 활용하고 있는 두 가지는 유용하다고 생각해요. 배전도(로스팅 강도)에 따른 분쇄도 조정, 싱글인지 블렌드인지에 따른 퀄리티 확인 방법.
1.
이 원두가 로스팅된 정도를 알면 에스프레소 머신 추출 세팅을 잡기 위해 분쇄도를 조정할 때 처음 접근하는 범위를 좁힐 수 있어요. 예를 들어 중강배전 원두를 사용하다가 약배전 원두를 사용한다고 하면, 같은 분쇄도로 갈아서 추출하면 엄청 빠르게 추출이 되잖아요. 그러니까 배전도가 낮은 원두라면 처음부터 분쇄도를 전보다 더 곱게 세팅해두고 시작해볼 수 있는거죠.
2.
드립 같은 경우는 강배전일 경우는 물을 빠르게 붓고, 약배전보다는 분쇄도를 굵게 해서 과다 추출에서 나오는 쓴맛을 줄이려고 하고요. 반대로 약배전일 경우, 조금은 천천히 추출해서 최대한 커피성분을 다 뽑아내려고 하는 편이에요.
3.
원두가 싱글인지 블렌드인지에 따라 처음 세팅 방식이 달라질 수 있겠죠? 블렌드라면 한 번 추출하는 20g마다 블렌드 구성요소 A, B, C의 비율이 달라질 수 있으니까, 오전에 셋팅을 할 때 한잔으로 판단하지 않고 2~3잔을 마셔본다거나, 문제가 생겼을 때 한 잔만 추출해서 판단하지 않고 2~3잔 추출한 후 섞어서 문제 진단을 시작하는 거예요.

부록 : 도움 받은 콘텐츠

케이브와 패트릭이 로스터로 일하면서 도움받은 콘텐츠들.
1. 책 — 두 권의 <커피 로스팅>
원제 : The Coffee Roaster’s Companion
스콧 라오 Scott Rao 지음. 최익창 옮김. 서필훈 감수. 커피리브레.
로스팅에 처음 입문할 때 큰 도움을 받았던 책. 지금도 가끔 읽어본다. 이 책 내용을 토대로 연구, 실험, 검증하면서 지금의 BB 로스팅 방법론이 정리되었다.
원제 : Magic-Art-Science
제라드 얀센 Gerhard A. Jansen 지음. 송주빈 편역. 커피사이언스.
로스팅에서 발생하는 물리적, 화학적 현상들을 데이터를 기반으로 설명한 책. 로스터로서 떠오르는 많은 물음표?를 느낌표!로 바꿔주었다.
2. 크롭스터
가장 도움된 것 한 가지만 뽑는다면 단연 크롭스터. 로스팅 과정을 실시간으로 데이터로 시각화해주고 기록해준다. 로스팅 진행중에 생기는 변화에 빠르게 대처가 가능하고, 이렇게 축적된 데이터를 분석해가면서 로스팅 품질과 일관성을 크게 개선할 수 있었다. 백번 듣는 것 보다 한번 보는 것이 낫다.
크롭스터가 뭐예요? 링크 로스팅이 진행되는동안 머신 내부와 생두의 온도변화를 트래킹해서 실시간 그래프로 보여주는 솔루션. 같은 제품을 여러 번 로스팅할 때, 각 로스팅별 차이를 쉽게 비교할 수 있고, 문제가 감지됐을 때 어느 부분이 달랐는지 시각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원두를 일관성있는 퀄리티로 생산하는 데 도움을 준다. 한국에서 개발된 솔루션으로는 파이어스코프Firescope가 있다.
[크롭스터] 블랙수트 8월 2일 2회차 로스팅 프로파일. 오늘은 그냥 '이렇게 생긴 그래프가 실시간으로 그려지는 걸 를 보면서 로스팅하는 거구나' 정도로 넘어갑시다.
3.멘토 & 스터디 파트너
패트릭 : 로스팅 모든 업무를 체계적으로 알려주고 완전히 익힐 때까지 기다려주고, 놓치는 부분이 있다면 빠르게 대처해주고, 실수한 부분이 있다면 정확한 피드백을 전달해 준 멘토. 모르는 부분이 있다면 함께 고민하고 연구하고 실험할 수 있는 파트너. (다 한 사람 얘기하는 거임)
로스터리 운명공동체, 물류팀과 함께. 왼쪽부터 김순태 Nux, 이준명 Patrick, 이일국 Chris, 하수빈 Anna, 김나래 Kimu, 박상현 Demian.

에필로그 : 인터뷰를 마치고

사실 두 분의 인터뷰를 계획한 건 한 시간 정도였지만, 녹음을 마치고 살펴보니 세 시간 정도가 걸렸더라고요. 처음엔 BB레터 구독자 분들이 어떤 이야길 듣고싶어 할지 많이 고민하고 인터뷰를 준비했어요. 어려울 수도 있는 로스터리의 이야기를 그저 친근하게 전달하고 싶었죠.
하지만 녹음파일을 타이핑하고 정리하다 보니 오히려 제게 위로와 동기부여가 된 시간이었습니다. 특히 두 분이 일을 대하는 태도에서요. 두 분이 커피로스팅 일을 얼마나 하고 싶어 했고, 그 일을 얼마나 무게감 있고 진정성 있게 대하는지 녹음으로 다시 들으면서도 고스란히 느껴졌어요.
이 짧은 레터에 모든 내용을 담을 수는 없었지만, 바bar에서 내어드릴 커피 한 잔에 그 마음을 담아드릴 수는 있을 것 같습니다. 이번 레터를 읽은 분들을 바에서 만나게 될 순간을 어렴풋이 그려보게 되네요. 설레는 마음으로 여러분의 이야기를 기다리고 있을게요. 신도림에 오시면 린다를 찾아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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