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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구워야 맛있을까?

뉴스레터
#124. 라이트, 미디엄, 다크 로스팅에 관하여
컨트리뷰터
김민수 Derek
발행일
2024/04/17
Tags
로스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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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데릭입니다.
요즘 어떤 커피 드세요? 저는 요새 두 단어에 관심이 있는데요. 바로 ‘에스프레소’와 ‘강배전’입니다. 지난 레터에 제 에스프레소 취향을 잔뜩 풀어놓았던 것도 사실 머릿속에 많은 생각이 떠 있기 때문이었어요.
이번 레터에서는 흔히 배전도라고 말하는 ‘로스팅 정도’에 관해 이야기 드려볼까 합니다. 이런저런 커피를 마시면서 저에게 로스팅 정도에 대한 취향이란 게 생겼습니다. 더 정확히 말하면 생두 종류와 로스팅 정도를 페어링하는 취향에 가까운데요. 라이트부터 시작하여 다크에 이르기까지 제가 좋아하는 조합을 소개해 드릴게요. 다 읽으신 후에 독자님의 취향도 소개해 주세요. 그럼 시작해 보겠습니다.
Unsplash

1. 라이트 Light

초기 스페셜티 커피를 대표하는 로스팅 정도가 라이트라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입니다. 이 구간은 원두를 분쇄할 수 있을 만큼 잘 깨지게(brittle) 하고, 풋내가 나지 않을 정도로 로스팅해서 본연의 향미를 최대한 구현하는 것이 목표인데요. 여러 북유럽 스페셜티 브랜드가 선택하는 로스팅 정도입니다. 관습적으로 정의하자면 가장 ‘커피’ 같지 않은 향미를 보여주는 구간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라이트 구간에서 가장 빛을 발하는 커피는 역시 에티오피아라고 생각합니다. 구운 향이 제거된 상태로, 꽃과 허브 향미를 순도 높게 뽐내지요. 의외라고 생각하실지 모르겠지만 저는 라이트 로스팅의 케냐도 무척 좋아합니다. 케냐 커피에서 기대하는 진득한 달콤함은 덜하지만, 케냐 특유의 과일 향미를 편안하게 느낄 수 있는 점이 매력입니다.
coffeebros
라이트 로스팅은 게이샤를 위한 게 아니냐고 말씀하실 분들도 계실 텐데, 개인적으로 게이샤는 어느 정도 로스팅이 된 것을 좋아합니다. 선명한 과일 향을 잘 받쳐줄 만한 강도의 맛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서 그렇습니다. 미디엄 라이트 정도의 게이샤가 딱인 것 같습니다.

미디엄 Medium

브라질과 과테말라가 매력을 드러내기 시작하는 구간이 바로 미디엄입니다. 구운 견과의 고소함과 달콤함이 전면에 드러나고, 어느 정도 산미도 있는 상태라 라떼로 마셔도 상당히 좋거든요. 블랙커피로 마셨을 때 좋은 것은 물론이고요.
미디엄 로스팅의 게이샤도 좋아하는 편입니다. 최적의 지점을 잘 짚어야 하겠지만, 선명한 꽃과 과일 향에 달콤한 구운 향이 적절하게 입혀질 때의 조화가 꽤 흥미롭습니다. 그만큼 게이샤로 로스팅하기 어려운 지점이라고 생각하지만, 잘 구현되었을 때의 감동도 그만큼 큰 것 같습니다.
황요성Scene
미디엄 로스팅은 대부분의 커피를 무난하게 마실 수 있는 구간이기도 합니다. 라이트와 다크에서 매력을 뽐내는 커피는 보통 개성이 강한 편 같다고 생각하고요. 대부분의 커피는 그렇지 않아서 미디엄 정도로 로스팅하는 것이 생두의 가치를 안정적으로 구현하는 방법인 듯합니다.

다크 Dark

다크 로스팅을 어떻게 정의할 것인가에 따라 논의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스타벅스를 기준으로 삼을 수도 있겠지만, 오늘 레터에서는 일반적으로 스페셜티 커피 회사들이 정의하는 다크 로스팅을 기준으로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빈브라더스 커피로 치면 세븐티 블렌드라고 할 수 있겠네요.
Unsplash
스타벅스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요. 제가 가장 좋아하는 스타벅스 커피는 케냐로 내린 ‘오늘의 커피’입니다. 케냐의 달콤함을 극대화하고, 혹여나 강렬한 산미와 이국적인 과일 향미를 불편해할 수 있는 사람들도 편하게 마실 수 있도록 로스팅되어 있어요. 빵이랑 같이 먹으면 정말 맛있습니다. 가끔은 빈브라더스의 케냐 커피를 다크 로스팅하면 어떨지 상상해 보기도 합니다.
Drinkeat
에티오피아의 다크 로스팅도 정말 좋습니다. 모든 에티오피아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훌륭한 에티오피아는 모든 로스팅 정도에서 매력을 뽐내는데요. 다크 로스팅 구간도 예외는 아닙니다. 적당히 다크해야 좋을 것 같지만, 오히려 스모키한 향이 강해질수록 에티오피아 본연의 향과 흥미로운 대조를 더 잘 보여준다고 생각합니다.
이 구간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은 역시 인도네시아입니다. 라이트할 때는 부담스러웠던 흙 내음과 나무 향이 다크해질수록 진한 매력으로 변신하기 시작합니다. 인도네시아 특유의 묵직한 바디감은 무시할 수 없는 보너스이고요. 인도네시아 커피가 전 세계 로스터리들이 사랑하는 블렌드 재료인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라이트와 미디엄, 다크 로스팅 모두 각각의 존재 의미는 분명합니다. 로스팅 정도가 올라감에 따라 달라지는 것은 색깔만이 아니죠. 물리적 특성뿐 아니라 커피에 들어있는 수백 가지 향미 성분의 조성에도 드라마틱한 변화가 생기기 때문에 재미있는 것 같습니다. 이런 커피 로스팅의 스펙트럼이 재미있어서 예전에 같은 에티오피아 생두를 다섯 가지 로스팅 정도로 생산하여 출시했던 적도 있는데, 언젠가 꼭 다시 한번 만들어보고 싶습니다.
황요성Scene
오늘은 로스팅 정도에 대한 제 생각과 취향을 말씀드렸는데 어떠셨어요? 독자님이 선호하시는 로스팅 정도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김민수 Derek, 수석연구원
한 잔의 커피가 사람들을 이어줄 수 있다는 사실이 여전히 신기하고, 그렇게 연결된 사람들과 좋아하는 커피에 대해 이야기하는 걸 좋아합니다. 반짝이는 대화 속에 살아있음을 느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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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들어 라이트 로스팅이 좋은 커피의 정석이라는 편견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 글을 보면서 로스팅 포인트에 따라 커피의 맛과 향이 다양하게 좋은 방향으로 변화할 수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커피 로스팅은 단순히 밝고 깨끗한 맛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풍미와 질감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중요한 공정이라는 걸 깨달았습니다. 레터 말미에 나온 에티오피아 스펙트럼에 대해서는 맛보지 못해서 더욱 궁금해지네요. 나중에 재출시하면 좋을 것 같아요. (세븐)
로스팅에 대해 흥미롭게 읽었어요. 개인적으로 라이트, 라이트미디엄 로스팅된 원두를 좋아해서 스타벅스에서는 라떼 제외 커피류는 잘 안 마시는데, 스벅 오늘의 커피 케냐 원두가 맛있다는 레터글에 한번 마셔보고 싶어지네요. 요즘 점점 내추럴 가공 원두가 더 많이 나와서 아쉬워요. 워시드 원두 많이 내주세요! (똘이삭)
공감되는 부분이 많았어요~! 저도 케냐 커피는 라이트한 걸 선호합니다~! 아직까지도 불호가 분명하지만 케냐가 가진 화사함이라던지 노트들이 온전히 느껴질 때 짜릿하더라구요~ (수수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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