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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핑 프로토콜에 대한 궁금증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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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21/0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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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핑 프로토콜에 대한 궁금증

Part 1. 커핑은 왜 이런 방식으로 하죠? Part 2. 커피 평가표는 왜 이런 구성이죠?
커핑은 커피 번호를 적으면서 시작됩니다. 로사↑.

커피 평가방법은 어떻게 정해질까요?

브레이킹을 하고, 스키밍을 하고, 시간이 지나 커피를 맛보았다면 이제 평가를 해야겠죠. 어떤 항목을 평가하느냐는 업체마다 차이가 있지만 BB를 포함한 대부분의 업체에선 여러분이 잘 알고 계실 SCA의 평가항목을 자신들의 목적에 맞게 수정하는 식으로 사용하는 것 같습니다.
많은 업체들이 스코어링을 합니다. SCA나 바리스타 허슬Barista Hustle처럼 평가항목마다 10점을 부여하고 총점을 100점으로 맞추는 경우가 꽤 많은 것 같아요. 우리는 십진법에 익숙한 사람들이고, 10점과 100점은 직관적으로 이해하기가 쉬운 점수일 것입니다.
Specialty Coffee Association | 커핑 폼
Barista Hustle | 스코어 시트

Cafe Imports의 커핑 스코어카드

고객이 찾는 카테고리 특성에 대한 평가
하지만 카페 임포츠Cafe Imports의 평가항목은 다른 업체들과 사뭇 다릅니다. 그들은 아래와 같은 일곱 가지 평가 항목을 갖고 있습니다.
FRUIT
FLORAL
CARAMEL
ACIDITY
SWEETNESS
BITTERNESS
BODY
과일, 꽃, 캐러멜 향을 평가하는 항목이 별도로 있다는 점이 인상적입니다. 카페 임포츠는 생두 업체고, 그들이 평가하는 커피가 어떤 톤의 향을 지니고 있는지는 꽤 중요한 정보일 것입니다. 특정 톤의 향을 좋아하는 고객들에게 판매할 만한 커피를 쉽게 아카이브에서 찾을 수 있겠죠. 저도 커핑할 때 이 항목들을 따로 평가하고 싶다는 생각이 드네요.
Cafe Imports | 커핑 스코어 카드

빈브라더스의 커핑 시트는?

점수 대신 상-중-하 5단계 평가
BB는 평가항목의 경우 SCA와 큰 차이 없지만, 평가방식에는 큰 차이를 갖고 있습니다. 우선 숫자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점이 BB의 특징입니다. 대신 강도나 세기를 다섯 단계로 나누어 평가하죠. 이것은 카페 임포츠와 유사한 측면이 있습니다. 우리는 상/중상/중/중하/하로 표현하고, 카페 임포츠는 10점-6점 범위를 사용한다는 차이가 있지만요.
Bean Brothers | 커핑 시트
그런데 말이죠. 여러분은 커핑하면서 어떤 커피에 '상'이나 '하'의 평가를 주신 적이 있나요? 제 경험으로 봤을 때 어떤 항목에 상과 하를 사용하는 일의 빈도는 아주 적은 것 같아요. 실질적으로 사용하는 범위는 중상-중-중하의 세 단계인 경우가 많은 것 같고요. 의도된 것은 아니겠지만 단계가 줄어들어 결과적으로 평가가 좀더 쉬워지는 측면이 있는 것 같습니다.
저는 정교한 스코어링을 요구하는 방식에 큰 어려움을 느끼는 편입니다. 정말이지 8.25점과 8.5점의 산미 차이를 다른 사람에게 설명할 자신이 없거든요. 스스로 확신이 없는 건 물론이고요. 지금 BB의 평가방식은 '평가를 최대한 쉽게 만들어서 신뢰도 있는 결과를 만들자'에 가깝다고 생각하고, 개인적으로 이런 방식의 커핑을 하는 곳에 있어서 다행이라고 여기는 편입니다.
물론 저와 달리 스코어링을 하지 않는 것에 대한 아쉬움을 가지신 분들도 계실 거예요. 신뢰도 높은 스코어링 방식이 있다면 저도 너무 사용하고 싶고, 그것만큼 로스터리 커퍼들의 삶을 편하게 해주는 것도 없을 것입니다. '나는 견과가 안 느껴지는데 너는 잘 느껴진다니, 참 이상하구나'라는 생각은 살면서 최대한 안 하는 것이 정신건강에 좋을지도 모릅니다.

커핑 프로토콜, 다 지켜야 할까요?

저는 커핑 참여주체들의 목적에 따라 얼마든지 프로토콜이 달라질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BB의 프로토콜에 따르면 물을 붓고 20분이 경과한 후에 마시게 되지만, 이게 BB 구성원이 진행하는 모든 커핑에 똑같이 적용되어야 한다고 말하긴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커피들은 15분에 추출이 완료될 수도 있겠고, 그때 마시기 시작해도 무방할 것입니다. 어떤 사람들은 20분 시점에도 커피를 제대로 평가하기엔 여전히 온도가 높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30분까지 기다렸다가 마실 수도 있을 거고요. '나는 추출 완료될 때까지 못 기다리겠고, 꼭 8분부터 마셔야겠다'면 그렇게 하면 될 일입니다.
다만, 로스터리 커핑의 경우 생두 구매라는 분명한 목적이 있고, 개인이 아닌 팀의 결론을 내려야 하기 때문에 합의된 프로토콜로 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 또한 어떤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면 바뀔 수 있는 거겠죠.

커핑 경찰은 없습니다

이 글을 쓰기 위해서 다시 한번 다른 업체들의 커핑 프로토콜을 읽어보았는데요.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역시 카페 임포츠의 한마디, 바로 '커핑 경찰은 없다 There are no cupping police'라는 이야기였습니다.
대체로 맞는 이야기입니다만, 경찰이 없다면 깡패도 없어야 할텐데 깡패들이 종종 커핑 테이블에 나타납니다. 저 역시도 어떤 상황에서도 깡패가 되지 않을 거라고 장담하긴 어렵습니다. 커피 깡패들은 '나는 맞고 너는 틀리다' 식의 태도를 갖고 있습니다. 그런 커퍼와 한 자리에서 커핑 하는 것은 상당히 고통스럽고 피하고 싶은 일이죠.
그것은 프로토콜에 대한 생각일 수도 있습니다. 어떤 커핑 세션에 가서 그 세션의 프로토콜을 따르는 것은 기본입니다. 하지만 만약에 궁금하거나 의아한 점이 있다면 마음을 열고 한번 생각해 볼 일입니다. 세션이 끝난 후에 테이블 리더에게 질문을 할 수도 있겠죠.
커핑 후 토론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그 순간에는 누군가의 코멘트가 잘 공감이 안 되고, 정말 그럴까 의심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지극히 정상입니다. 우리 모두 커핑 후 이야기를 나누며 자주 느끼는 감정이죠. 다만 테이스팅의 개인성을 인정하고, 상대의 평가 결과를 존중하기에 상대가 정말 견과를 느꼈는지에 대한 판단은 보류하는 것이죠.
그리고 예상치 못하게 언젠가 그 사람을 이해하게 되는 순간이 올지도 모릅니다. '아, 그 사람이 얘기한 견과는 내가 먹어본 적이 없는 바로 이 견과였구나'와 같이 말이에요. 우리의 커핑 세계는 이런 식으로 확장되는 것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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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수 Derek, 수석연구원
"벨벳화이트를 좋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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