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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핑 프로토콜에 대한 궁금증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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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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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fe Imports | How we cup | 영상이 귀여워요. 생두 업체의 커핑테이블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소이 주)
커피를 평가하는 방법에 정답은 없지만, 그 방법이 만들어진 이유를 생각해보는 것은 본인의 기준을 세우는 데 도움이 됩니다. 두 편에 걸쳐서 커핑 프로토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보려고 해요. 읽어보면서 궁금한 점이 있다면 편하게 의견 남겨주세요.
Part 1. 커핑은 왜 이런 방식으로 하지? Part 2. 커피 평가표는 왜 이런 구성이지?

커핑 프로토콜에 대한 궁금증

이번 글의 주제는 '커핑 프로토콜'입니다. 어떤 대상을 이해하려고 할 때 다른 것과의 비교를 통해 더 잘 이해하게 되는 경우가 있죠. 그래서 이번 글에선 다른 업체와의 비교를 통해 'BB의 커핑 프로토콜'을 이해해보려고 합니다.

비교대상으로는

SCAA(Specialty Coffee Association of America)
바리스타 허슬(Barista Hustle)
그리고 카페 임포츠(Cafe Imports)의 프로토콜을 골랐습니다.
SCAA는 그야말로 여러 커핑 프로토콜의 원형이라 할 수 있고, 나머지 두 회사는 그 원형을 어느 정도 따르면서도 자기만의 방식으로 발전시킨 케이스인 것 같아서 선정했습니다. 각 업체들의 프로토콜이 궁금하신 분들은 이 링크를 방문해주세요. 커핑 프로토콜 아카이브
커핑을 하려면 먼저 커피를 준비해야겠죠. 로스팅한 지 하루가 넘은 커피에 대해서 커핑을 진행한다는 사실은 업체마다 크게 다른 것 같진 않습니다. 추정컨대, 로스팅 직후에 급격한 디개싱이 일어나기 때문인 것 같은데요. 커피가 자신의 향미를 잘 갖고 있으면서도 어느 정도 안정화된 상태가 되는 시점을 D+1로 잡은 게 아닐까요?
알아도 다시 한 번, 커핑 순서. 2021. 소이

원두 : 물 비율 Brew Ratio

원두가 준비되었으니 이제 분쇄를 하고 물을 부어야 할 텐데요. 커피와 물을 어떤 비율로 섞는가에 대해선 BB와 다른 업체들 간에 차이가 있습니다. SCAA, 바리스타 허슬, 카페 임포츠 모두 대략 1:18 정도의 비율을 적용합니다. 바리스타 허슬은 구체적으로 농도 1.4% 타겟을 언급하고요. 그에 반해 BB의 레시피는 1:16.8로 물의 양이 상대적으로 적게 들어가는 편입니다.
그러면 BB의 커핑볼에 담긴 커피가 더 진한 거 아니냐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어떤 커피인가 그리고 분쇄도를 얼마로 세팅하는가에 따라서 농도는 달라질 수 있을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각 업체별로 자신들이 평가를 하는 시점에 어떤 상태의 커피를 맛보고자 하느냐겠죠.

테이스팅 Tasting — 시작시간과 온도

아주 중요한 질문입니다. 이 질문에 대한 대답에 따라서 커핑 시점에 차이가 있을 수 있기 때문인데요. SCAA와 바리스타 허슬은 모두 물을 부은지 8분 즈음부터 마시기 시작하는 반면, BB와 카페 임포츠는 시간이 더 많이 흐른 후에 마시기 시작합니다. BB는 20분, 카페 임포츠는 16-18분 정도라고 하는데요. 왜 이런 차이가 있을까요? 그것은 아마도 업체마다 '커핑하는 시점에 그 커피가 어떤 상태여야 하느냐'에 대한 생각이 다르기 때문일 것입니다.
SCAA와 바리스타 허슬은 사람이 일반적으로 마시게 되는 거의 모든 온도 구간의 커피를 평가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바리스타 허슬은 구체적으로 65도, 55도, 45도라고 짚고 있죠. SCAA는 좀 더 뜨거운 70도 정도에 도달하면 바로 마시기 시작한다고 합니다. 그에 반해 BB와 카페 임포츠에서 마시기 시작하는 온도는 그것보다 많이 떨어진 시점일 것입니다.
농도 상승, 온도 하강 추이 이해를 위한 그래프. 측정 수치로 그린 그래프 아님 주의. 2021. 소이.
BB와 카페 임포츠는 왜 이렇게 할까요? 제가 카페 임포츠에 물어본 적은 없지만, 아마도 BB처럼 커피의 추출이 어느 정도 완료되고, 마시기 편한 온도가 되었을 때 마시는 게 자신들의 목적에 맞다고 생각했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측정해보신 분들도 계시겠지만, 커핑볼에 담긴 커피는 SCAA에서 마시기 시작하는 8분 이후에도 계속 농도가 올라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고 8분 시점의 커피는 편하게 마시기엔 제법 뜨겁죠.
지난번 글에서 그린빈 바이어의 커핑과 다른 그룹들의 커핑의 목적이 다르다는 점을 이야기한 적이 있습니다. 그린빈 바이어가 커핑하는 이유는 좋은 커피를 구매하기 위해서입니다. 그러기 위해선 아주 많은 양의 커피를 맛 보아야 하죠. 테이블에 30종의 커피가 깔려 있는데, SCAA의 프로토콜로 커핑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쉽지가 않습니다. 1번 커피는 8분 시점에 마셨겠지만, 과연 28번 커피는 몇 분 시점에 마시게 될까요? 아, 물 붓는 속도에 맞춰서 딱 맞춰서 8분 시점에 드셨다고요. 그럼 30종의 커피에 대한 1라운드 평가를 끝내고 나서 다시 1번 커피를 마시는 시점은 몇 분 경과 후 일까요? 이미 온도가 60도 미만으로 떨어져 프로토콜을 따르긴 어려워졌을 지도 모릅니다.
SCA, BH, Cafe Imports의 진짜 의도는 모릅니다. 기준에 따라 방법론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게 요점! 2021. 소이.
또다른 문제가 있습니다. 위에 이야기한 것처럼 8분 이후에도 계속 커피의 추출이 진행된다고 봤을 때 말이죠. 만약에 사람들이 3번 커피는 많이 마시고 5번 커피는 한 스푼으로 끝냈다면, 시간이 지날수록 두 커피의 농도는 달라질 수 있지 않을까요? 대세에 영향을 주지 않을지는 모르지만, 엄밀히 말해 공정한 평가는 아닐지도 모릅니다.
그렇다면 SCAA의 커핑 방식은 합리적이지 않은 방식이라는 걸까요? 그렇게 말하긴 어렵습니다. 커핑의 목적이 달라서 그렇다고 이해하는 게 좋을 것 같은데요. SCAA의 경우 뜨거운 커피가 식으면서 발생하는 변화를 느끼라고 할 뿐만 아니라, 분쇄된 커피의 드라이 아로마Dry Aroma까지 평가하게 하죠. 커피를 제조하는 전 과정을 커핑에 적용하고 평가하고 싶어하는 것으로 생각이 됩니다.

cf. 드라이 아로마 Dry Aroma

'드라이 아로마'에 대해서 조금 더 이야기 해볼게요. 커피를 좋아하고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원두를 분쇄할 때 어떤 향이 나는지 주의를 기울이게 마련이죠. 가끔 커피 음료에서 느끼기 어려운 환상적인 향을 맡게 되기도 합니다. 어차피 음료에서 안 나는 향을 평가해서 뭐하냐고 생각하실 수도 있고, 일리가 있는 말씀입니다. 하지만 카페 임포츠가 이야기하듯 (아마도) '커핑 경찰' 같은 존재는 세상에 없으니까요. 자신의 목적에 맞는 프로토콜을 짜서 커핑을 하면 되는 일이겠죠.

브레이크 Break

언제 마시느냐에 대한 이야기를 한참 했는데요. 시계를 앞으로 몇 분 돌려서, '브레이크(break)'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습니다. BB는 물을 붓고 4분이 경과했을 때 브레이크를 하죠. 카페 임포츠도 4분입니다. 바리스타 허슬은 5분에 하고, SCAA는 약간 모호한 기준인 3분에서 5분 사이에 진행하라고 가이드합니다. 프로토콜마다 1분 정도 차이는 있지만 사실 큰 차이는 없어 보입니다.
Cafe Imports | How we cup | 브레이킹 Breaking
이 브레이크 시점과 관련하여 제가 가졌던 궁금증은 '왜 4분을 기다리느냐' 입니다. 물 붓자마자 바로 스터링(젓기, stirring)을 하면 안 되는 걸까요? 두 가지 정도 이유가 추정되는데요. 첫째는, 드립 커피의 블루밍처럼 이산화탄소와 같은 가스가 배출되기를 기다리는 게 아닐까하는 것입니다. 드립의 블루밍 그리고 커핑에서 4분을 기다리는 것과 같은 행위가 정말 차이를 만들어내느냐에 대한 명쾌한 답을 제가 갖고 있다면 좋겠지만, 아쉽게도 그렇지는 못합니다. 농도 비교는 쉽게 할 수 있겠군요. 관능평가는 그렇게 쉽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제가 실제로 그렇지 않을까 하고 추정했던 두 번째 이유는 편의성과 관련된 것입니다. 바로 커피의 개수가 많을 경우 한번에 물 다 붓고, 브레이크도 한 번에 진행하는 것이 편하지 않을까 하는 것인데요. 특히 SCAA를 비롯한 많은 곳에서는 스터링(젓기)을 할 때 커핑볼에 코를 가까이 대고 냄새를 맡아볼 것을 권하죠. 물을 붓고, 스터링하고, 냄새 맡고, 다시 옆에 물 붓고 하는 것보다는 한번에 하나의 과정을 진행하는 게 자연스럽지 않을까 싶어서요. 확인해본 사실은 아니고 제 추정입니다.

스킴 Skim

브레이크를 했으면 스킴(skim)을 해야죠. 스키밍은 우리가 방금 깨고 휘저은 크러스트를 두 개의 스푼을 사용해서 걷어내는 일입니다. 저는 스키밍이 참 어렵게 느껴졌어요. 로스터 케이브는 어쩜 저렇게 깔끔하고 빠르게 스키밍을 할까 놀라곤 했었죠. 혼자 반 년 정도를 헤맸는데, 지켜보다 못한 케이브가 요령을 알려준 후에야 겨우 커핑 테이블에서 사람 구실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여러분은 쉽게 잘 배우셨는지 궁금해요.
Cafe Imports | How we cup | 스키밍 Skimm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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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수 Derek, 수석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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