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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회사 사내메신저 훔쳐보기

뉴스레터
#011. 커피하는 75인의 소통법 (feat. 슬랙)
컨트리뷰터
성훈식 DD
발행일
2021/06/09
Tags
BBway
커뮤니케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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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늘은 소이를 대신하여 인사드리는 디렉터 DD입니다. 뉴스레터 프로젝트 팀원으로 피드백을 담당하고 있기도 합니다. 막상 소이의 입장이 되어 메일을 작성하고 컨펌을 받아보니 많은 생각이 머리를 스쳐 지나가네요. 역시 역지사지의 자세를 항상 견지해야겠습니다.
제가 빈브라더스에 있다고 하면, 지인들이 자주 하는 질문은 "너 만나려면 어느 매장으로 가면 돼?"입니다. 그럼 저는 주로 오피스에 있다고 이야기하고, 회사에 대한 자연스러운 썰(?)이 시작됩니다. 이를테면 '팀은 70여명 정도이고, 직영으로 운영되는 여러 곳의 카페 외에도 오피스와 로스터리가 따로 있고 등등'이죠.
이 지점에서 커피 하시는 분들이 더 깊이 여쭤보시는 질문이 있습니다. "그렇게 떨어져 있으면, 팀끼리 어떻게 소통해요?"
회사의 규모로만 생각한다면 저희는 사실 소기업인데, 유독 커피 산업 내에서는 크게 느껴집니다. 카페들은 많지만 커피 회사는 많지 않기 때문일까요? (갑자기 어깨가 무거워지네요.)
저희는 사내 메신저로 슬랙slack이라는 프로그램을 쓰는데요. 물리적으로 떨어져 있어도 전체 회사가 느슨하게나마 연결되어 있다고 느끼는 것은 이 메신저의 역할이 크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보다 캐주얼하게, 메신저를 통해 수십 명의 사람들이 한 팀으로서 어떻게 커피를 하고 있는지 공유해 보려고 합니다. 한번 보실까요? 스압입니다.

팀 메신저, 히스토리부터.

뭘 어떻게 왜 쓰는지?
시작은 6년 전. 2015년 6월에 슬랙 사용을 시작했습니다. 빈브라더스는 2013년에 시작된 브랜드여서 이젠 신진이라 하기에는 어느덧 중진(?)이 되었지만, 당시에는 만 2년이 갓 넘은 신규 브랜드였어요. 회사와 팀이 속도감있게 성장하던 시기이기도 했고, 물리적으로도 네 곳의 매장들과 스몰배치 로스터리, 오피스 등으로 구성되어 있어서 다양한 시행착오들을 겪으며 효과적인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니즈가 많았습니다.
어디서부터? 당시 오피스 팀에서 슬랙에 대한 아이디어가 나와서 먼저 사용을 해보았고, 이후 전사로 도입하기 시작했습니다. 지금은 너무 당연한 것들이 당시에는 전사로 오픈해도 될지 조심스러워 고민했었던 기억들이 새록새록 떠오르네요. 조직 내 커뮤니케이션은 과잉일수록 좋다는, 당시에는 근거보다는 믿음에 기반하여 결정했었던 것 같아요. 지금 돌이켜봐도 보안 등 실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전체적으로 효용이 감수해야 하는 비용보다 훨씬 높다는 생각이 듭니다. 한마디로 좋은 결정.
말레이시아 팀도? 함께 썼었는데, 언어 장벽으로 인해 이후 별도 분리되었습니다. 나름 글로벌(?)한 커피 회사로서 이건 좀 아쉬운 부분이네요.
메신저는 현재 75명이 쓰고 있고, 피플팀의 써니가 슬랙 운영을 맡고 있습니다.

미리보기

#채널 = 공개단톡방
메신저에 접속하게 되면 다양한 채널들이 뜹니다. 익숙하지 않은 분들을 위해 설명드리면, 채널은 '누구나 들어오고 나갈 수 있는' 공개 단톡방이라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아요. 하단에 보이는 #_공지 등이 하나하나의 채널입니다. 크게 사업부 혹은 매장별로 카테고리화하여 운영하고 있구요. 제품별 혹은 프로젝트별 채널들도 존재합니다. 프로젝트 멤버들만 보는 비공개 채널들도 종종 운영됩니다.
▲ 끝없이 이어지는 채널 이름들...
▲ 오랜만에 보니 2021년 6월 현재 채널 수 220개...!

전사 채널

모든 팀원이 다 모여있는 광장같은 채널입니다. 주로 두 가지를 많이 씁니다.
#공지
#자유
#공지 채널에서는 전사적으로 알아야 할 것들을 이야기합니다. 최근 글들을 살펴보니, 시즈널블렌드 등 새 제품에 대한 네이밍 공모가 많네요. 올해 들어 사내 아이디어 수집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로스터리에서 공지하는 이번 달 커피의 마지막 생산 일정 안내라든지, 뉴스레터 에디터 모집 글도 있네요.
▲ 시즈널블렌드 네이밍 공모. 6월에 이어 7월의 네이밍도 로사가 차지했습니다. 작명왕..!
▲ 유튜브 구독과 좋아요는 사랑입니다.
#자유 채널에서는 공지 채널보다 훨씬 캐주얼하게 이런 저런 이야기들을 합니다. 생일 알림봇이 걸려 있어, 자주 축하 메시지들로 많이 도배됩니다.
▲ 제이스의 백신 자랑.(밑에는 매장별로 잔을 삥뜯고 있는 스텔라의 모습도 보입니다.)
▲ 사랑과 고객 후기는 나눌수록 커집니다.
▲ 좋은 생두를 받아오면 항상 가격이 고민입니다.
▲ 마침 그저께 인천점의 애쉬가 생일이었네요. 생축!
▲ 5월에 생일이 많았습니다. 루나 늘 많이 벌자...메모...
▲ 키무의 생일 관심을 스틸하는 신입 바리스타의 패기(와 증명사진)
▲ 커피위켄드 팝업에서, 경영기획팀 헤이마의 고퀄 사진

커피 자세히 들여다보기

#구매에서 출시까지
기본적으로 슬랙은 개방형(누구나 원하면 들여다볼 수 있는 방식)이기에, 구성원들이 조금만 관심을 기울이면 회사에서 커피에 관련해 결정한 사항들을 대부분 파악하고 스터디할 수 있습니다.
구매를 위한 생두 커핑 결과부터 로스팅 프로파일과 추출 데이터까지, 관심을 가지고 있다면 모두 다 파악할 수 있고, 학습할 수 있고, 질의하거나 피드백을 전달할 수 있죠. 커피 밸류체인의 흐름으로 보면 아래와 같습니다.
생두 구매 : #bb_커핑팀 / #생두소싱 ...
로스팅과 품질검수 : #로스터리_공지 / 로스터리_품질제보 / 로스터리_Lab ...
완제품 운영 : #제품_드립백 / #제품_콜드브루 / #제품_싱글오리진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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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핑팀 채널에서는 커핑 결과 및 구매 계획을 공유합니다. 비즈니스 커핑이든 QC(Quality Control) 커핑이든, 기본적으로 원하는 사람들은 다 참석할 수 있습니다. (현 시점에선 코로나로 인해 지정된 바리스타 QA(품질검수)팀 외 참석은 지양하고 있긴 합니다.)
BB가 생각하는 훌륭한 바리스타의 역량은 단순히 추출 전문성을 가지는 것에 그치지 않고 커피라는 재료를 잘 이해하고 다루는 것까지를 포함하는데, 그러려면 당연히 더 앞의 과정들도 더 잘 알아야 하니까요. 더 많은 정보와 맥락을 공유할 수록 팀의 성장이 빨라지는 것을 생각과 경험 모두로 느끼고 있습니다.
#커핑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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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터리의 다양한 채널에서는 로스팅 계획 및 결과들을 공유합니다.
유기물 손실률 등 BB에서 중요하게 다루는 여러 지표들을 손쉽게 파악할 수 있습니다. 자세한 정보가 궁금하면 상세 로스팅 프로파일들에 접속하여 들여다볼 수도 있죠. 매장에서 제품을 받아 커핑해보고 로스터들과 직접 이야기하거나, QC 제보를 통해 공식적인 피드백을 줄 수도 있습니다.
로스팅 프로파일에 변화를 주었을 경우, 선제적으로 바리스타팀의 피드백을 받기도 하는데요.
좋은 점: BB의 같은 커피가 직영 카페들 뿐 아니라 400 여곳의 고객사(카페, 레스토랑, 오피스, 호텔 등)에게도 나가고 있기 때문에, 바리스타 팀이 민감한 내부 고객으로 기능합니다. 실제 로스팅에서 이슈가 있을 시 저희 바리스타팀이 먼저 잡아내는 경우가 왕왕 있어요. 저희가 쓰는 로스터기의 경우 한 배치당 25kg 이상의 원두가 생산되기 때문에, 해당 제품이 저희 매장을 포함한 다양한 고객사들에게 전달되므로 선제적으로 이슈에 대응할 수 있습니다. 물론 전체 배치를 회수하는 경우는 아직까지는 없었습니다(자랑).
안 좋은 점: 로스팅팀과 바리스타팀 간의 (건전한) 갈등이 생깁니다. 건전한 거니까 긍정적으로 생각하기로 합니다.
#로스터리_공지
▲ #로스터리_공지 : 유기물 손실률 기반 로스팅 결과 공유
#로스팅 — 직영카페 제보
▲ #로스팅_매장제보 : 내부 고객 관리하는 로스터 케이브
#로스터리 - Lab
▲ #로스터리_Lab : 다양한 실험들을 공유하는 곳.
#제품 - 드립백
▲ #제품_드립백 : 딴 얘긴데요. 소싱팀 로사는 영어로 커뮤니케이션하면서, 한글도 잘 읽고 잘 듣는 언어 천재입니다.

카페 팀 채널

매장 채널에서는 업무부터 캐주얼한 이야기까지 많은 이야기가 오갑니다. 오늘은 신도림 채널을 엿보기로 합니다.
#신도림 - 00 누구든 신도림 팀과 이야기하는 곳
▲ 바리스타 하니의 커피 벌레 자랑
#신도림 - 05cs 고객 이야기
▲ #신도림_cs: 고객 이야기. 바리스타 모네의 오니 쿠키 자랑
▲ #신도림_cs : 마케터 파이의 삼행시 틀니 자랑

다른 채널 둘러보기

#노사협의회 #중고나라 #러닝클럽
매장, 온라인, 도매, 베이커리 등 사업부 채널 외에도, 회사로서의 기능을 담당하는 채널도 있고, 업무 외적인 캐주얼한 채널들도 있습니다. 몇 개 둘러볼게요!
#뉴스레터_피드백
#bb_같이같이
#bb_사진제보
#공유_중고나라
#play_bbrc (BB Running Club)
#뉴스레터_피드백
▲ #뉴스레터_피드백 : 여러분이 주시는 피드백은 팀 전체가 즐겁고 진지하게 읽고 있으니, 많이 남겨주세요 ㅎㅎ
#bb_같이같이
▲ 노사협의회 a.k.a. 같이같이
#사진제보
▲ #사진제보 : 존멋과 졸귀가 공존하는 파파라치 채널
#중고나라
▲ #중고나라 : 이름을 당근으로 바꿔야 하나..
#러닝클럽
▲ 저도 가고 싶은 #러닝클럽
▲ #정신나갈거같애

마치며

#단단한 커뮤니티를 향해
포스팅이 뭔가 짤로 가득찬 것 같네요...지면상 다 담지는 못했지만, 몇 년동안 진행했었던 프로젝트들과 지금은 없는 매장, 진행했었던 팝업 등을 쭈욱 훑어보게 되면서 혼자 아련해졌습니다.
저는 회사가 가능한 한 도서관 같은 곳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주의입니다. 학교가 돈을 받고 교육을 제공하고, 회사가 근로의 대가로 급여를 지급한다면, 도서관은 '의지가 있는' 사람들에게 더 많은 것을 제공하는 모델이라 생각하거든요.
더 욕심이 있는 사람들이 더 많은 성장을 할 수 있는 곳이 되는 것, 서로를 끌어줄 수 있는 작지만 단단한 커피 커뮤니티가 되는 것, 그리고 이 커뮤니티를 회사 밖으로도 키워가는 것이 지금의 BB가 하고 싶은 일입니다. 이러한 방향성에 공감하는 분이나 팀에게는, 슬랙 같은 오픈형 커뮤니케이션 툴은 꽤 적합한 도구인 것 같습니다.
이렇게 쓰고 보니 저희가 뉴스레터를 시작한 이유도 본질적으로는 비슷한 것 같아요. 작게는 바리스타 커뮤니티에, 크게는 커피 커뮤니티에 다양한 관점에서 도서관의 역할을 하는 것. 돈을 버는 일은 분명 아니지만, 의지가 있는 커피인들에게 충분히 자양분이 될 수 있는 컨텐츠들을 만드는 것.
레터가 이제 막 10회차를 지났는데요, 저희 회사의 장점은 지구력입니다. 매월 2-3종류의 커피를 소개하는 루틴을 지금 8년째 지키고 있거든요(이번 6월에 나온 커피는 236번째입니다).
100회차가 될 때쯤, 다시 인사 드리겠습니다. 다들 즐거운 커피생활 되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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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훈식 DD, co-founder
오전에는 플랫화이트를, 오후에는 드립커피를 마십니다. 저녁에는 못 마셨었는데, 훌륭한 디카페인 라인업이 생겨 기쁩니다.
이번 레터는 어떠셨나요? 앞으로 다뤘으면 하는 주제가 있다면 알려주세요. :) 한 마디 남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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